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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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464회 작성일 2011-10-11 11:46본문
김치 / 김혜련
결혼한 지
이십 년 하고도 칠 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김치를 담글 줄 모른다
시집살이 할 때는
감히 누구도 범접 못 할
시어머니만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튼튼한 이름표 아래
나는 그저 안락하게
김치 맛을 즐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된 시어머니는 요양원으로 가고
시어머니표 김치 맛을 즐기는 혜택은 사라졌다
퇴근 후 대형마트 김치 판매대 앞에서
고뇌에 찬 내게 때맞춰 희소식이 날아왔다
그날 밤 친정엄마의 전화 내용은
김치 공포에서 나를 구제해 준 구세주였다
“딸아, 앞으로 느그 짐치는 내가
담가 줄 텐께 마트서 사묵지 마라.
기생충 알이 드글드글해서
그것 묵으먼 병난단다. 알것자?”
오늘 친정엄마는
잘 삭힌 젓갈 듬뿍 넣은 김치를
두 통이나 보내왔다
이것이 분명 엄마표 진한 사랑인데
나는 한 번도 그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 정식으로 한 적 없다
가슴 뜨겁게 고마운데도
사랑 땜에 목울대가 울컥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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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어머님표 김치도 진한 사랑이랍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허혜자 님, 반갑습니다. 그렇지요. 시어머니표 김치도 사랑일 것입니다. 시집살이의 애증 속에서 말입니다.
변정임님의 댓글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정엄마란 단어가 비 오는 가을 날, 가슴에 콕 박힙니다.
행복한 모습에 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변정임 님, 반갑습니다. 잘 계시지요. 소중한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