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地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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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갑선
1.
낚시를 다녀왔다.
미끼는 지렁이다.
간밤에 지렁이 꿈을 꾸었다.
지렁이가 울고 있었다.
먼 옛날 지렁이는 땅속의 龍
하여 地龍이라 불렸단다.
어느 비 오는 날
지룡이는 세상구경이나 하고
하늘 승천하려고 밖으로 나왔다가
새들 발톱에 찢겨 죽고,
닭들에게 쪼여 죽고,
牛馬車에 깔려 죽고,
술 취한 사람한테 밟혀 죽고,
비 맞은 똥개들 발바닥 공 차기에 놀려 죽었단다.
"나는 죽어도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리라!"
승천을 포기한 지룡이는 땅속 숨어 들어가
지렁이로 진화 했단다.
2.
오늘 날
그 지렁이가 땅을 재생시키는, 이 땅을 되살리는,
자연의 파수꾼이다.
"비 오는 날 가다가 지렁이를 밟지 마라!"
"비 오는 날 가다가 지렁이에게 침 뱉지 마라!"
"지렁이를 미끼로 낚시하지 마라!"
"지렁이는 地龍이다!"
오늘도
꾼들에 들킨 지렁이는
낚시 바늘에 꿰어서 바동바동 죽어 간다.
꿈에 나타난 지렁이야 정말로 미안 하구나!
"우리는 이 땅을 지렁이처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댓글목록
양남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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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당한 말씀에 동행합니다. 지난 해 초에 발효한 " 못난 인간을 대신해 사과한다, 용서해라 地龍아" 시로 댓글로 삼으렵니다.
"지룡(地龍)아, 어쩌다 땅위로 나와 횡사했느냐/지상의 맑은 공기를 마시러 나온 것이더냐?//너는 피부호흡 때문에 밤이나 비오는 날에만 땅위로 나와/이동할 때 미끄러움 막기 위해 센털을 사용하는구나.//눈, 귀, 코, 손도 없이 /길죽한 몸통을 오무렸다 폈다 하면서 잘도 다니는 구나, 지선(地仙)아.//농군의 유일한 안식처 토양을 갈아 농업생산력을 높여주고/황달․후두염․반신불수․기관지천식․고혈압약도 되는구나.//지표에 내려앉는 새들의 양식도 되어주고/두더지 멧돼지 너구리 밥까지 되어주는 지룡자(地龍子)야.//인간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봉사에도/너를 쓸모없고 징그러운 하찮은 동물로만 여기는구나, 토룡(土龍)아. //너보다 좋은 일 많이 하는 엘리트를 찾기 어렵단다,/아무리 눈을 크게 떠서 주위를 살펴보아도.//용서해라, 감사함을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을!/“지렁이만도 못한 사람”이라 업신여김을 낙으로 삼는 엘리트들을!//감사하다 토룡(土龍)아, 고맙고 고맙다/못난 인간을 대신해 사과한다, 용서해라 지룡(地龍)아."- 빛 너머에 빛입니다, 당신은- 중에서
조연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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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룡이의 비애...
우리가 나고 자라고 다시 돌아갈 땅을 살리고 가꾸는 일꾼이니
당연히 보호해야 할것 같습니다만.
지렁이 보호하고자 농약을 안친다면 농부들은 또한 곡식을 못 키우니...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어 아둥바둥 살아갈 날은 언제일지....
홍갑선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건강 하시죠?..^^
이민홍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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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무서워 저는 떡밥으로만 낚시하는데..
지렁이가 시 속에서 욱일승천하네요...^^
장찬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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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렁이를 못살게 굴게한적이 없어서 떳떳한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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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그 비천한 생을 가장 숭고하게 정화시키는
지렁이와 같은 정신의 삶을 새겨봅니다. ^*^
김유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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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갑선 시인님!
좋은 작품 감상 잘하고 갑니다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