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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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730회 작성일 2005-12-03 04:53본문
시래기를 보며
도정/오영근
낮 달이 저무는 들녁
버드나무 가지에 걸렸다.
밭떼기로 팔려나간 채소 밭
갈가마귀 밭 고랑을 헤집고
노파는 까마귀 등가죽같은 옷으로
가문 논바닥처럼
늙은 무 시래기를 엮는다.
아직은 사지가 멀쩡한데
빈 손 놓고 있으면
어느 놈이 밥을 주나 떡을 주나
작년 그러께 추곡수매대금도
아직 못 갚았는데
쌀 풍년이면 쌀값 똥값
무 풍년이면 채소 값 똥값
조선 무 밑둥같이 키운 자식들
밭떼기로 도시에 나가고
촌 무지랭이 시퍼렇든 청춘
시래기처럼 엮어
경로당에 매 달았다.
팔려나간 밭고랑에는
버려진 청춘같은
푸른 시래기만 낭자하다
2005.11.
* 작년 그러께 : 작년 재작년 (경기 사투리)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작년 그러께....사투리가 구수 합니다. 농심의 마음도 이만큼 구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미안 할 뿐 입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사람도 농산물도 시래기가 되버린 농민의 마음, 그 마음 달래줄사람 누군가요?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선생님 글을 뵈니 저희 친정 엄마가 겨울이며 해주신 씨래기 국이 생각나요!
오영근 선생님 날씨가 많이 차요. 행복한 주말 보내시어요^^
하명환님의 댓글
하명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팔려나간 밭고랑에는 /버려진 청춘같은/푸른 시래기만 낭자하다.......젊은 날 한때는 그 풋풋한 에너지가 넘치던 통배추이던 내 배춧잎들을 모두 뜯어 말아쥐고 흘러가버린 세월.....에 눈흘기며 뒹구는 내 육체적인 푸른시래기! 그래도 푸른곳엔 비타민이 많이 남아있기에.......늙은 무 시래기를 엮는다.....처럼 정신적인 젊은 시 시래기 엮을렵니다.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근 시인님, 건안 하시져?
두번 째 와서 읽는 시. 깊이와 감동이 다릅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한참을 머물게 하는군요.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문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참한 오늘의 시골을 적나라하게 노래한 시인님의 시어 속에 빛나는
보석들이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운글 주셔서
달라져야하는 우리들의 슬픈 에고만 가득한 세상...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여인의 기구한 삶과
점차 피폐해가는 농촌의 현실이 대비되면서
환유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군요. ^^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 드립니다....따스한 겨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