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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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388회 작성일 2005-12-10 14:24본문
불면의 밤
도정/오영근
밤새
비 바람이 불었다.
불면의 밤
몰약(沒藥)처럼 스며드는 피곤이
눈꺼풀을 찌른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꿈의 잔상은
구겨진 주머니 속의 종이처럼
온밤을 바스락거리며 잠을 깨웠다.
술 취한 바람은 고층의 창문을
이를 악물고 두드려 보다가
욕설을 퍼붓듯 지나갔다.
먼 산에서 떠 도는 갈 곳 없는 영혼이
바람을 따라와서
내 집 창문을 두드렸을까.
산정에 머무는 바람은 외로운 법
갈 곳 없는 영혼과 동무하는 소릴 듣는다.
한때 나도 바람이고 싶었다.
산의 정수리에 머물며
발아래 작은 숲들과 동무하는,
그리운 이 생각나면 저잣거리에 들러
혼자 마시는 술 잔에도 머물러 보고
타오르는 담배연기도 슬쩍 건드려 보고
겨울 바닷가에도 들러 혼자 걷는 이 있으면
머릿결도 만져보며 지분거리고……
이윽고
두런 두런
새벽 일 나가는 발자국 소리로
하루가 열리고
숨을 헐떡이는 순회버스의
브레이크 파열음 사이로
새벽 숲이 깨어나고 있었다.
내가 불면의 강을 건너는 동안
나를 닮은 바람은 다시 산정으로 돌아갔다
댓글목록
정해영님의 댓글
정해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면의 밤이 오영근 시인님에게
'멋진 시' 한 편을 선물하였나 보군요.
불면의 밤..에 갇혀보고 싶어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시인님이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그렇게 겨울바람이 대단하였던 게로군요.
어젯밤 오시인님은
창을 두드리는 바람과 함께 바람이 되었군요.
술도 한 잔 나누고 담배도 한모금,
그러다 새벽을 내달리는 버스의 파열음에 다시
정신이 들어, 시 한수... ^^
좋은 시 같습니다, 좋습니다. ^^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잠시 바람이 내 볼을 간지럽히고 간다
잠시 고목나무의 가지가 흔들린다.
내 영혼의 그가 왔다
**불면의 강을 건너는 동안
나를 닮은 바람은 다시 산정으로 돌아갔다**
오영근 선생님 제가 그 바람을 산정으로 돌려보냈어요
바람은 스쳐 지나간 것 같아도
어느새 모르게 곁에 머물다가네요........
주말이네요...
가족이랑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엇이 그리도 시인님의 잠을 앗아갔을까요?
덕분에 좋은 시 한 편 건지셨습니다. ㅎㅎㅎ
불면의 밤이 길어지면 안좋습니다.
상념 털어내시고 깊고 편안한 잠을 이루소서~!
늘 건안 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으신 시에 깊은 감상을 합니다.
바람이 찹니다. 건안하시길 바랍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향 대명포구도 칼바람입니다
바람은 멈춰야겠는데요 너무 추워서 몬살겠으니...
기름값 비싸서 서민들 어떻게 살라고...
오 대감 지부장님 고을에 따뜻한 시로 난방해 주셔여~~~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면.... 뭐라고 표현 할 수 없는 지독함의 생 지옥...!!
글쎄 그것이 무엇일까요....
경북지부님의 댓글
경북지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 합니다.....
우리 시인님들 께서는 잠 잘 주무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