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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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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기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2,063회 작성일 2005-07-03 01:15

본문

거지


모두 떠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나 혼자.

지나간 흔적을
뒤적이며 촉수에 피를 흘려도
아픈 것은 내 손가락 끝.

귓속을
맴도는 지구 돌아가는 소리
너무나도 커, 들리지 않고

사랑도
돈도, 얼굴도
가버리고 보이는 것은
덜렁 거지인 나

있어야 할 것들이
도로에 널 퍼져있고
사라져야 할 것이
내 속에 남아 이글거리는 구나

걸친 것이라도 있어
부끄러움 면피를 가리고
신을 것이라도 있어
조상 굿 안 벌이고

두 다리에
힘이라도 남아 있어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
홀로 떠있는 내 그림자
나를 사랑한다, 손짓하니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리오.

떠도는
바람에 내 마음실어
수많은 인파 숲 사이로
덜렁 거지 하나
세상을 걷고 있다오.

안녕하십니까?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경례하는 손을 바라보는
거지인 나.

글//  朴 基 竣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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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민홍님의 댓글

이민홍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모두는 거지입니다.
쥔자와 빈자까지도 유한한 인생들
영원을 갈구하며 순간적인 득에 눈이 멀어버리는
우리는 모두 거지입니다.

검문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간만에 맛있는 글... 두어번 읽었습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이민홍시인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비는 여전히 제 모습을 잃지않고 촉촉하군요.
건강에 유의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리오. "...공감 하며, 비오시는 아침에 글 뵙고 갑니다....늘..건필 하십시요..감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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