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ho/hobero338.gif)
![](http://sisamundan.co.kr/gnuboard/skin/board/hp5_basic14/img/btn_email.gif)
본문
십년 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 십년을 나는 잃어버렸고
잃어버린 세월은
흰 바탕이 되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그리고 지웠다, 찍힌 흰 바탕을
아무 생각없이
무엇을 그릴 것인가
어떻게 칠할 것인가
아무것도 찍을 수 없었고
어떤 색도 편집되지 않았다
흰 바탕은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나는 흰 바탕에 갇힌 나를 감히 들여놓지 못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소리 없이 울려 퍼지고
경전 속에서 불타 오른
지난날의 십년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흰 바탕이 있어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채색이 없어 흰 바탕을 놓아두는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흰 바탕을 볼 수만 있다면
흰 바탕이 나에게 한 점만이라도 허락한다면
점들을 이어 삶을 채울 것이며
잃어버린 십년을 외로이 둘 것이다
아무 것도 찍지 못한 십년의 세월 위에
하얗게 하얗게 번져가는
내 삶의 사진들,
이젠 사진되기 싫어
흰 바탕에 점을 어질러 놓는다
댓글목록
방정민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ho/hobero338.gif)
논어에 '繪事後素'라는 말이 있습니다.그림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고난 후에 하는 것이라는 말인데...
형이하학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고, 선덕후례를 공자가 말한 것이라고 흔히 번역하는데요..
저는 이것을 형이상학적으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삶과 존재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
이월란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wo/wollonlee2.gif)
알듯 말듯 어렵습니다.
주체를 잃어버린 여백들이 지나온 세월이며 기억들이 아닌가 합니다.
사진으로 남기 싫어 어질러 놓으신 점들이
언젠가는 아니 곧, 시인님의 아름다운 자아상으로 그려지길 빌어봅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po/poetnovel0612.gif)
삶과 존재, 십년 동안 사진 안 찍은 것이 자의와 타의를 넘어 안 찍은 것인지 찍기 싫어 피해 존재의 삶을 내 놓은 것인지 우리의 삶과 존재는 어디로 가는가 종종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인화지 흰 여백이 보여주는 순수를 넣으려는 몸부림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아버지 팔과 아들` 본인의 글은 제 삶의 흔적이 아니고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항공기 추락 사고시 숨진 기자 가족의 뒷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고 가슴이 뭉클해서 시로 옮겨 본 것 입니다. `사진`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ye/yeon031099.gif)
살다보면 자신이 없어 지고 싫어 지기도 하지요
용기 내시고 힘차게 생활 하시고 행복한 삶 되세요
건강하세요
금동건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aa/aaalak.gif)
흰바탕의 점이 크게
승화되길 바랍니다
장윤숙님의 댓글
![](http://sisamundan.co.kr/gnuboard/data/member/si/signia2001.gif)
사진을 보면 지난시간들이 참으로 좋앗다는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사진속의 귀한 시간들속으로 걸어가보면 많은 삶의 흔적이이뚜벅거리는 소리를 듣곤하지요
잘 보고 ..느끼고 감상하고 갑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방정민 시인님 ^^*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어질러진 점이 어느날 훌륭한 점묘화의 작품으로 완성되지 않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