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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징검다리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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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076회 작성일 2007-05-15 11:30

본문

그리움의 징검다리

숲이 시절의 그리움에 사무쳐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나무는 꽃으로 피고 열매도 맺는다.
빗줄기가 지루하게 몇날 며칠을 쏟아 붓는 걸 보니 하늘도 아마, 아픈 그리움 하나쯤 있었나보다. 그 사연 하나하나가 빗방울로 흩어져 내려와 도랑을 이루고 개울을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뤄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지금은 본디 그들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고 황토 빛 물결만 일렁이며 떠내려가고 있다. 어지간히 그들의 그리움도 눈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닐까? 그래서 여름에게로 그리움 가득 실은 장마 비로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섬진강은 황토색으로 그리움의 눈물이 넘쳐나도 너그럽게 보듬어주고, 내 다정한 친구인 들꽃들은 내리치는 빗줄기한테 호되게 얻어맞고도 여전히 튼튼한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모습 지켜가며 장마 끝에 내리쬘 태양의 빛에도 생생하게 맞설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해 초록 물을 쉴 새 없이 먹으며 참아내고 있나 보다.
이런 날, 나 또한 내리는 빗방울 수만큼이나 넉넉한 마음 펼쳐놓고 원 없이 그리워 할 수 있어 좋다. 어느새 추억이 살포시 일어나서 내 기억의 언덕 저만치 먼저 재를 넘어가고 있다. 그 길섶에서는 빗방울이 은구슬처럼 대롱거리고, 물줄기는 온통 황토색 추억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었다. 내리 6년을 산 넘고 물 건너 왕복 이 십리 길을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강원도 정선 산골 소녀의 초등학교 시절의 흑백 영상도 줄줄이 따라간다.

내가 초등학교 일학년쯤 되었을 때의 일이니까 아마 35년은 족히 지난 일이다. 장마철이면 등하교길 중간 중간에 놓여있던 섶 다리와 징검다리들이 불어난 개울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가기 일쑤였다. 그때 쯤 식구들은 연례행사처럼 큰아버지 기일에 맞춰 서울 나들이를 한다. 방학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꽃무늬 코고무신 한 켤레를 사주시면서, 아껴뒀다가 서울 갈 때 신으라시며 마루에 있는 선반위에 신발을 가지런히 올려놓으셨다. 어느 날 요즘처럼 장마 비가 지루하게 내리던 어느 날, 방학하면 친구들에게 예쁜 고무신을 자랑 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단순한 생각으로 엄마 몰래 그 신발을 신고 학교로 향했다. 비록 징검다리들이 물에 잠기긴 했었지만 물살이 세지 않아 신발만 벗어 들고, 바지만 걷어 올리면 쉽게 건너 갈 수 있는 터라 동네 언니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 모두들 무사히 다리를 건너 갈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나였다.징검다리를 건너다 발을 헛디뎌서 그만, 벗어들고 가던 신발 한 짝을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나는 떠내려가는 신발을 잡으려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물속으로 풍덩 빠져서 둥둥 떠내려가고야 말았다. 다리를 건너는데 도움을 주던 동네 오빠 한명도 나를 잡으려다 중심을 잃어 물속에 넘어졌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물 밖의 학생들은 우리가 떠내려갈까 봐 놀래서 소리를 질러댔고 순간 그 곳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행히도 용감한 그 오빠가 벌떡 일어나더니 물속을 첨벙첨벙 뛰어와 떠내려가고 있는 나를 붙잡아 간신히 물 밖으로 끌어냈지만 내 꽃고무신 한 짝은 급류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학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내내, 짝을 잃어버린 신발에 대한  아쉬움과 어머니께 혼날 걱정을 하니 급류에 휩쓸려 죽을 뻔했던 기억들은 까마득히 잊었고, 비 내리는 싸리문 밖에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서성거렸다. 때마침 마실 나온 동네어르신에게 못이기는 채 이끌려 집으로 들어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큰일 날 뻔했다며 그까짓 신발이야 다시 사면되는 거고 그만하길 천만 다행이다 며 다독여주시는 어머니 말씀에 그만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속에서는 여전히 고무신 한 짝만 부여잡고 울다가 따뜻한 아랫목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려고 나왔더니 내 꽃고무신 두 짝이 나란히 뚤 방에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이야기인즉슨 그 오빠가 하교 길에 혹시나 하고 아침에 사단이 났던 그 징검다리 근처를 둘러보다 보니 신발이 떠내려가다가  마침 수초에 걸려있어 가져왔노라 했다.“너 생명의 은인이여”  하시며 어머니께서 신으라고 내 놓으신 꽃고무신을 나는 서울 나들이 때까지 선반에 고이 모셔두었다.
요즘같이 비 내리는 날에는 왠지 내 생명의 은인이 그립다. 또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친다 해도 “괜찮다 살았으니 다행이다” 하시며 다독여주실 어머니의 투박스런 사랑도 계절의 고개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내 안의 기억들은 세월 뒤의 나의 모습과 흡사하여 한없이 그립다.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라고 하더니 정작 나도 이제는 추억 한 꾸러미로 평생을 우려먹어도 될 만큼 그 시절들이 사무치도록 그리운걸 보니 나이가 먹긴 먹었나보다.그래서 빗물이 철철 흘러넘치는 장마철이 되면 소중한 풍경들이 덩그러니 내 기억의 언덕 하나 만들어놓고 그리움의 나무도 가꿔주고 추억의 숲도 조성해주는 인심을 쓴다. 그래서 내 그리움의 잔흔이 초록빛으로 흘려내려도 슬프지 않은가보다.

하지만, 올해는 민초들의 삶속에 쌓인 애환들이 하늘까지 닿아 몇날 며칠을 대신 울어주던 하늘의 눈물이 너무 과했나보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추억이고, 낭만이라 비유하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물 폭탄이 되어 산하를 때리고 상처를 냈다. 여름휴가 때 고향인 강원도 정선을 다녀왔다. 영동고속도 원주쯤 접어드니 해마다 고속도로 양옆으로 고랭지 채소가 녹색물결을 이루고, 알알이 열매를 맺은 옥수수, 감자가 고향 방문을 환영해주던 기름진 옥토들이 완전히 모래 더미에 쌓여 그 흔적을 찾기 어려울 지경으로 초토화 되어 있었다. 골골마다 산사태로 몇 동강씩 나버린 계곡들과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가옥 옆에 임시로 컨테이너 하나에 잠자리를 해결해가며 하루라도 빨리 그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듯 열심히 복구하는 수재민들의 뒷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아니 많이 아파보였다. 오가는 길 곳곳에는 아직도 아물지 못한 상채기가 도처에 그대로 방치 되어있어 민초들의 마음만 닥닥 긁어내고 있었다. 무분별한 개발이란 이름으로 본래 물이 가던 길을 막아 다리를 놓고 도로를 내고  숲을 파헤쳐 민둥산을 만드니 호미로 막을 재해를 가래로도 못 막았다고 탄식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천재지변이든 인재이든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서로의 자 잘못을 따지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삶의 터전을 복구해주고 자립 할 수 있는 사회적인 관심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더 우선 일듯 싶다. 나 또한 초연이 가득했던 풀 섶을 헤치며 그들의 잃어버린 삶의 터전을 찾아주고 마음을 보듬어 주는데 몸과 마음을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폭우로 인해 입은 상처와 모든 시름을 고단에 실어 개울물에 띄워 보내고 기억의 숲속에서 여름이 지나가는 소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평온을 찾는 길에 그들과 함께 서본다.

이렇게 아픔을 나누며 함께 가는 길에는 반갑게도 급류에 휩쓸려가는 산골소녀를 끌어내주고, 잃어버린 고무신을 찾아주었던 내 생명의 은인이, 물 폭탄을 얻어맞고 초토화된 강원도 인제에서 끊어진 다리를 복구하고 토사에 매몰된 도로를 정비하며 민초들의 삶 언저리에서 여전히 사랑과 봉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노라 는 반가운 소식을 덤으로 챙기니 삼십년을 곱게 묻어온 추억이 가슴속 작은 떨림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작년 여름휴가 후에 써놓은 글입니다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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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뵙니다. 
선생님들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네요^^*
고향에 온듯 포근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그동안 신변의 사정상 자주 못 왔습니다.
자주 오겠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영숙 작가님의 작품을 대하니,,,,,
마친가지로 그 때 그시절이 떠오릅니다.,,,
무성영화를 보듯 주마등되어 지나갑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건필 하소서!

김영숙님의 댓글

김영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근호 발행인님  현항석님 그리고 이필영님  .
고맙습니다.
개인사정으로 인해 한두여달 못찾아뵈어습니다
그래도 이리 따뜻하게 맞이 해주시니  .
전 아직도 추억에 빠져 삽니다.

그게 좋은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어요^^*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추억하나 건져 갑니다.
아주 기분이 좋아요
저도 그런 유년의 추억하나 품고 살지요 ^^
곱습니다. 자주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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