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의 가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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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의 가을 기억
松亭 신의식
멀리서 피어오르는
이야기 끝에
낙엽 내음이 묻어나
가슴에 숨겨진
비밀스런 통로가 드러난다
화려하지 못해
아름다웠던 아픔으로
혼자만 키웠던
사슴 두 마리
늘 외로움같은 눈빛이었고
열심히 풀을 뜯다
고개를 들면 시린 하늘
여린 마음 자리에
흰구름 한 점
바람에 실려가고 있었다
풋정처럼 오고 간
두근거리는 기약들
이름 짓지 못해
내곁을 지키지 못하고
어디 떠도는 바람이었을.
* 詩作 메모*
열 네다섯 살 때였을 겁니다.
어머니와 저, 단 둘이 살던 허름한 토담집 반쪽이 무너져서
땅이 꺼지게 걱정하던 어머니.
어찌어찌 하다 외가집 도움으로 수리를 하게 되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제 방이 하나 만들어져
어머니로부터 두 평 반의 작은 행복을 받았지요.
토담을 뚫어 만든
가로 50센티 세로 70센티 정도의 타원형 봉창과
국화잎 세 잎 덧 대어 韓紙로 바른 대나무 빗살창 출입문에
단풍잎과 은행잎 그려진 은회색 바탕에 암 수 한 쌍의 사슴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풍경의 도배지를 바른 근사한 제 방이 생긴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 무렵이 저의 사춘기였나 봅니다.
태어나서부터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다가
저의 작은 섬같은 왕국이 생긴거지요.
저는 제 왕국을 끔찍히 사랑하였습니다.
저는 저의 작은 섬에서 아름다운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저는 아기 사슴 두 마리를 키우는 정원의 주인이었습니다.
작은 토담 봉창과 국화잎 세 장 대어 바른 대나무 빗살창,
그리고 단풍잎과 은행잎, 암 수 한 쌍의 사슴이 노니는 정원에 누워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아픈, 알 수 없는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사진 : 동두천 소요산 자재암 가는 길 단풍 07.11.15 촬영
* 흐르는 곡 Ernesto Cortazar - Without A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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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순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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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숨겨진 비밀스런 통로를 걷는 기분 어떠한가요? 몹씨 궁금합니다 ...낙엽 같을 까요 ? 단풍 같을 까요?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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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내리는 잎 떨어진 가을 끝자락에 가난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첫 눈은 떨어진 나뭇잎
부여 잡고 눈 내린 짙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가난한 이의 가을 기억`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전 * 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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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시인님의 멋진 시향
발원지가 그곳 이었네요. ㅎㅎㅎ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부러운 것이구요. 향기로운 시작이 기대 됩니다.
건안 하시지요.?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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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고 고운그림에
머물다갑니다,,,감사합니다,,,
김영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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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정의 설렘을 공유하고 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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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그리움이 묻어 있엇군요 고맙습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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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기억의 끝으로 향한 통로를 비집고 들어서서
가난했던 사춘기 시절의 티없는 감성과 아련한 추억을
이토록 아름답게 재생시켜 놓으신 싯귀에서
내 어린 시절의 추억 알갱이도 한 알 끌어올려 반추해봅니다.
최애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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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에게 다가온 순간순간들...
회한의 자리엔
늘 그리움이 있습니다.
신의식 시인님 잘 지내시죠?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