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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와 꼬드밥에 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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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봉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204회 작성일 2006-04-19 12:29

본문

우리 어머니와 꼬드(된)밥에 대한 명상

성 명 : 서 봉 교
내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영월의 수주면에 위치한 강물이 빤히 내려다
뵈는 큰집의 사랑방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마굿간이 붙어 있는 작
은 사랑방 이였다.

어릴 때부터 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당연히 작물을 가꾸고 밭을
매고, 콩밭을 쟁기로 타고, 손으로 못 줄을 튕기면서 모를 심곤 했으
니까
내가 초등학교 2-3학년 때인가 그 때는 우리 동네에는 또래들이 대여
섯 명은 됐다.
모심기가 시작되기 보름 전이면 동네엔 아랫말과 웃말의 사람들이 허름
한 탁아소(현재마을회관)에 모여 보계를 하고 기다란 삽에 양쪽으로
구멍을 뚫어 끈을 맨 삽 일명 가래를 들고 보도랑을 친 후 강물을
막아 도랑물을 보낸다. 얼마 후 동네 아저씨들은 그 물을 가지고 못 자리를 하고 나면 그 도랑물
은 우리들 개구쟁이들 몫 이였다.

뻐꾸기가 울고 찔레꽃이 필 무렵이니까 지금 회상해보면 5월 중순 경은
될 것 같다.
우리는 그 도랑을 따라 개구리(우리용어로 먹머구리)를 잡으러 해지는
줄 모르고 쫓아다녔지
그리고 그 녀석들의 다리만 불에 구워서 먹던 맛은 고기가 귀했던 70년
대 후반의 농촌에는 별미가 따로 없고 얘들 영양간식으로는 최고였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우리 친구들 예닐곱 명은 항상 일찍 귀
가를 해서

벼가 누렇게 익은 논으로 향했다.
메뚜기를 잡으러 오른손에는 그 옛날 4홉들이 경월 빈 소주병을 두 개씩
들고 그 병 가득히 메뚜기를 잡아 와서
어머니를 드리면 어머니께서는 조선 간장에 조려서 주시는데 그 맛이 일
품 이였지
그리곤 다음날 학교 갈 때 도시락 반찬이 귀했던 터라 메뚜기를 반찬으
로 싸 주시는 게 아닌가

그 해에는 아버지께서 부지런히 김도 매고(애들은 논은 매지 않음)퇴비
도 넣고 해서 풍년이였다.
하지만 추수가 끝나고 나도 우리 집은 늘 저녁이면 죽을 끓여 먹곤 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안 사실이지만 그 때는 남의 논을 임대해서 농사
를 하셨기에 우리는 양식이 부족했던 거였다. 저녁을 죽을 먹인 어머
니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다음날 학교 가는 동생과 저의 도시락만은 굶기지 앓으려는 그 크신 사랑을.

그러던 어느 해(年) 냉해가 오고 흉년이 들던 해는 우리는 늘 한동안 꽁
보리밥만 먹곤했다.
난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지금도 우리 아버지가 그 때를 회상하
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 큰아들 봉교가 "아부지(그 때는 그렇게 불
렀음) 큰집은 쌀밥만 먹는데 우리는 왜 맨날맨날 꽁 보리밥만 먹어
요"라고 말할 때 가슴이 뭉클 하셨다고.
그 때 너무 많이 죽과 진 밥을 먹어서 그런지 난 어느 때부터 인가 된밥
을 좋아하게 됐다.
그것도 어머니께서 손수하신 쌀과 보리를 8:2정도의 비율로 지은 그 꼬
드 밥에다 된장찌게랑 고추장이랑 산나물(사쿠리,꼬자리,개비듬,취나
물)과 비빔밥으로 먹던 맛은 무엇으로 표현 하랴?.
그 된밥을 먹던 버릇은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짬장(주방장)병사들이 생 쌀밥을 하면 그냥 넘어가도 ,진밥은 난 용서를
못했다.
제대 후 결혼을 해서도 처갓집에 가면 장모님께서 사위의 밥은 늘 된 밥
주곤했으니까
때문에 나의 2세들 딸 셋도 아빠 닮아서 된밥을 좋아한다.

주말이면 늘 부모님 댁에 간다. 이제는 연세 때문에 된밥을 드시지 못하
는 부모님이지만 어머니는 내일모레 마흔인 아들에게만은 따로 밥솥
맨 위의 된밥을 퍼 주신다
아니 아직도 따뜻한 밥그릇처럼 뜨거운 우리 어머니의 사랑을 퍼 주신다..

이젠 세월이 많이 지났다. 양을 따지며 먹던 통일벼 시대를 거쳐 이젠
시각과 맛과 향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왔으니까.

그러나 우리 쌀알 하나 하나에 사랑을 담아 키우는 우리 아버지와 農民
의 마음을농협에 다니는 아들로서는 더 가슴깊이 알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부모님댁에 갈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우리의 추억이 담긴 그 꼬드 밥(된밥)을 먹으러.
아니 그 커다란 사랑을 먹으러....

<동강에 뜨는 별 제 3집에서>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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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상욱님의 댓글

한상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꼬드밥에 얽힌 사연이 참 애뜻하군요. 서봉교 시인님.
정말 우리가 자랐던 시절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아쉬운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한 과정이 바로 추억이고, 그리움이지만 말입니다.
암튼, 어머니의 사랑이 알알이 영근 밥알이 혀끝에서 굴러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자나께나 고생만 하신 어머님이 새삼스레 보고싶어 지는군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서봉교 시인님. 늘 건안, 건필하시길.......

함은숙님의 댓글

함은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된장찌개랑 산나물 고추장 비벼먹으면 그맛이 최고지요
언제한번 어머님의 그 맛있는 밥을 먹어볼수 있겠지요
한 상욱님 우리 그때 같이가요~~ 가슴뭉클한 이야기에 저도 추억에 빠져 봅니다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벽부터 군침이 도는데요. 서봉교 시인님,
저도 아이들이 꼬드밥을 좋아해서 잘 지은답니다.
그래도 시인님은 꼬드밥 챙겨 주시는 건강한 어머님이 계셔서 좋겠습니다.
저 친정 어머님은 자주 편찮으셔서 마음이 아파요.(살아 계신 것만도 좋지만요)
딸 셋이라구요. 저도 딸 셋에 아들 한명인데 지금은 너무 좋아요.
딸들이 서로 우애 있게 지내고 생각하니
딸들 예쁘게 키우세요.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말마다 부모님을 찾으시는 모습이
부럽네요. 효도는 실천이 중요한 것인데
읽으면서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감사드립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예 서시인님 부럽습니다
효도 많이 하세요
그것이 남는 거랍니다

서봉교님의 댓글

서봉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상욱시인님 이곳은 눈이 아주 많이 내렸지요
벚꽃이 만발한데 ㅎㅎ 눈이 오다니 신기하지요

함은숙 시인님 네 한 상욱 시인님과 한 번 오셔요
        계촌 막걸리와 안주는 제가 준비 하지요 
         

서봉교님의 댓글

서봉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춘희 시인님 ㅎㅎ 건강 하시죠?
저도 딸이 셋 아들하나입니다 ㅎㅎ 식구가 좀 많지요 ㅎㅎ

정영희 시인님 늘 따뜻한 답글 감사드려요
          고운 시간 되셔요

금동건 시인님 ! 안녕 하셔요
이 곳에 눈이 왔다고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퇴근길 치악재의 설경이 아름다울것같아요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하, 강원도에서는 된밥을 꼬드밥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보리밥은 그런 꼬드밥이 더 맛이 있지요.
선 보리밥은 낱알들 하나하나가 모두 바람 난 동네 아가씨 모양으로
밥 그릇이 적다고 마구 굴러다녀 젖가락으로는 먹지도 못했지요.
서봉교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옛 생각이 나는군요.
엊그제 같은데... ^^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서시인님
주말이면 바쁘지만 행복해보이십니다
요번에 동생분 약혼시기은 잘 하셨 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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