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섯살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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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손갑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4건 조회 1,379회 작성일 2006-01-30 19:20본문
♡◈나는 여섯살로 돌아가고 싶다◈ ♡손 갑식
나는 여섯 살 먹은 어린 아이다
아버님 등에 업혀 어느 철길을 걸어가고 있다
기찻길 옆 풍경들이 너무도 생소하고 무섭기만 하다
가늘거리는 등잔불 그 풍경이 애처로워 보인다
차가운 골방에 누워 잠을 청 하는 중이다
아버님의 팔베게 세상에서 제일 포근했다
그리고 눈을 떠보면 옆에 아버님께서 주무시고 계신다
길손이 남의집 사랑방을 하루 얻어 자는 중이다
돌아오는 길
그곳은 정자나무가 많이도 커보였다
지금도 그곳엔 그 정자나무가 있다
그렇게 큰 정자나무는 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도
보지 못했던 걸로 기억된다
태어나서 처음 대하는 강
그 강물위엔 울긋불긋한 깃발을 올린 배들로
강어귀가 꽉 들어차 있었다
통통거리며 강을 건너던 배 위의 기억
그것은 아버님 등에 업혀 칭얼대던 기억이다
그렇게 2년을 아버님 등에 업혀
병원과 한의원을 전전한걸로 기억한다
그때의 시골은 찻길도 없었다
몇 시간을 아버님 등에 업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힘들게 도착해야 하는 그곳
나는 울지도 않는다, 둔해진 감각으로
가슴에서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 곳으로 아버님께서는 날 등에 업고서 가신다
그렇게 나는 아버님 등에서 조금씩 조금씩 살아난다
내가 살아나는 만큼 그만큼을 아버님께서는 힘드셨으리라는 걸
어른이 돼가면서 깨닫는다
지금도 아버님께서는 그때의 소상함을 말씀하지 않으신다
죄스럽다, 아니 둘도 없는 불효자이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 나 자신을 숨겨 외면하였는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셨기에
그 힘든 삶을 묵묵히 걸어가셨으리라
어느 날 퇴근길
버스에서 아버님께서 내리신다
담배연기 한 모금 품어 내신다
나는 몰래 그 뒤를 따라간다
처진 어깨 그 뒷모습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신다
나는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워 가면서도
아버님의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가난한 가정만을 탓 했을 뿐이다
너무 늦었다 이제야 조금을 알 뿐이다
나 여섯살때 아버님의 처절한 삶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눈물이 앞선다
그때 여섯살로 돌아가고 싶다
그 옛 기억이 나를 부른다,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갑식 시인님의 눈물이, 눈물을 부르는 군요. 사람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아버지에 대한 독특한 추억이. 사랑이었다는 것 말입니다.
한기수님의 댓글
한기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갑식 시인님, 글을 즐감하며 옛추억이 생각나네요,
우리네 인생의 깊이는 역시,나이를 먹어가며 또 자식을 키워가며,많은걸 느끼지요
저 역시 자식을 군에보내고 많은걸 느낌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도 들고요.
손갑식 시인님,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갑식 시인님!! 애틋한 아버님의 사랑 못 잊어하시는 모습 가슴에 절절 하네요.
가슴 깊은 글 잘 보았습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빕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손 시인님!..새해 인사를 드립니다...잘 계셨는지요?...반갑게 뵙습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 근호시인님, 한기수 시인님,윤복림시인님,오영근 시인님 감사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많이도 우울 했습니다,,
신의식님의 댓글
신의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갑식시인님!
아버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잔잔하게 표현하셨네요.
그 가없는 부모님의 사랑
년륜의 수레바퀴에 의해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는 듯 싶습니다.
새해 건안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등에 업힌 따스한 정감이 아직도 교차하고 있네요...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간다합니다.
그 한없이 크고 넓은 아버님의 등,
어느날 외소하고 굽어진 모습에서 세월을 봅니다.
그렇게 우리도...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산문적인 시로 풀어 내셨네요
아버지를 생각하시는 마음 절절합니다.
지금 건강하게 생존해 계시니 효도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아버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두 등에 많이 업혀 다녔는데요
고운 글 즐감하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갑식 선생님께서는 기억력이 참 좋으시네요.
전 그렇게 어린 시절은 생각이 잘 안나요.
그렇지만 어릴때 아파서 아버지 등에 업혀 침 맞으러 다닌 것은 생각납니다.몇살인지
잘 몰라도. 지금은 등치 큰 아들을 제가 업고 다녀요. 정 많이 들라고 ^^
오형록님의 댓글
오형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글 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름다운 추억과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음을 적시네요.
감사합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우님들께서 많이도 다녀 가셨네요,
고맙습니다,,
이글을 아버님께 보여 드렸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너 알고 있었구나,
하십니다,,
더 기억나는것 말씀드렸습니다,,
아버님의 그때 힘드셨던 일들을 소상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주~ 루~ 룩~
한참을 주체 할 수 었었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