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그린 얼굴로 제 몸 바라보면, 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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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린 얼굴로 제 몸 바라보면, 풀은
시/강연옥
1
한참을 잤다고 생각했다. 일어나 보니 새벽 두시 반
바람은 수평으로 누운 것들은 건들지 못하고 잠들지 못한 수직으로 선
내 의식의 한끝을 툭 친 것일까?
무슨 사연 담아 스며들었는지 싸늘한 네 감촉 시려워서 돌려보낼 수가
없구나
쑥차 한 잔 끓여 놓고 유리잔에 김이 서렸다 사라졌다 반복되는 너의
절규 한모금씩 마신다
2
그래, 바람이 있는 한
풀은 잠들었다가도 벌떡 일어선다
태양을 뒤에 업었다고 당당하게 들판을 휘젓던 망각의 그림자들
꽃잎 지우고
연못 내려앉은 하늘 지우고
키 큰 소나무의 숨통마저 누른 후 쓰러뜨리는 소리
그 소리에 놀라 동백 꽃 봉오리
심장에 붉게 떨어진다 해도 바람이 있는 한
풀은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시퍼렇게 몸뚱이 날 세우고
달려드는 그림자 베고 또 벤다
조각조각 부서지는 마른 울음소리
한 줌 한 줌 발 밑에 묻고나서 흙먼지 툭툭 털고 나면
그 뿐
3
그런데도, 풀은 늘 아팠다
밤 짙어지는 퍼런 풀빛
이슬로 지우고 나면 바람도 잠들고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기억하지 못하며
누렇게 풀날 무디어 가는 세월 앞에
제 몸 뚝 꺾이어야만 알게 되리라
그 아픔을
수그린 얼굴로 제 몸 바라보면
풀은
베고 또 벤 것이 제 그림자였음을.....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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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완성도가 보입니다. 1연 2연 3연으로 나누신 건,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희곡의 대본에 막과 장을 나누는 1부 2부 3부와 같습니다.
지은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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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처럼 눕다 라는
글이 생각 납니다...
예쁜 시인님
늘 행복 하시길 바래요~~~~
김옥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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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 만나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런데도, 풀은 늘 아팠다 "저 마음도 늘 아프네요
깊이있는 글 읽고 또 읽어봅니다 늘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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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인님, 좋은 작품 쓰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간에 이런 작품을 쓰셨는지, 대단하군요. ^^
'꽃잎 지우고
연못 내려앉은 하늘 지우고
키 큰 소나무의 숨통마저 누른 후 쓰러뜨리는 소리
그 소리에 놀라 동백 꽃 봉오리
심장에 붉게 떨어진다 해도 바람이 있는 한
풀은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강시인님, 마침 창 밖 소나무 가지에
직박구리 한마리가 앉아
지나가는 바람에 날개를 퍼덕이는군요.
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직박구리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끝없이 밀려오는 삶의 고통과 번뇌를
어떻게 털어내며 살아갈까요?
저 새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사이좋게 협력하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기도 하겠지요.
어떡합니까?
그 게 바로 삶인걸요.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 구름이 없으면,
이 또한 삶이 너무 밋밋하고 굴곡이 없어
삶의 진실을 체험하지 못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풀도 바람도 그림자도 모두 껴안고 살아야지요.
어차피 삶이란 온 몸과 마음을 다하여 살아가는 체험이니까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강시인님 작품을 몇번이고 음미하며 읽다보니
열린 창으로 지나가는 가을바람 한 줌이 꼽사리끼는군요.
같이 보자구요.
좋은 작품입니다.
저 소나무 가지에 걸린 바다처럼... ^^
강연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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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보다 더 시같은 김시인님의 댓글에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영락없는 시인이십니다.
일과 시를 늘 함께 하시는 일상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
손발행인님 피로는 좀 풀었는지... 쉴 새가 없지요.
지은숙 시인님이야 말로 정말 멋있는 분이시더라구요. 같이 잠을 자고 아침을 먹어서
더 정이 든 것 같아요. 그리고 김옥자 선생님 언니처럼 푸근한 모습과 손을 잡았을 때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여유있게 청도 소식도 듣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
윤해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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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라 꼬리를 붙여야 할 지.
마냥 숙연해지는 선생님의 글에 할 말을 잊었네요.
첼로 소리도 너무 좋아서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강연옥 선생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같이 노래방에서 있었다는게 행운입니다.
정말 미인이셨어요.따님도 참 이뿌구요.^^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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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풀은 늘 아팠다
밤 짙어지는 퍼런 풀빛
이슬로 지우고 나면 바람도 잠들고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기억하지 못하며
누렇게 풀날 무디어 가는 세월 앞에
제 몸 뚝 꺾이어야만 알게 되리라
그 아픔을
수그린 얼굴로 제 몸 바라보면
풀은
베고 또 벤 것이 제 그림자였음을.....
베고 또 벤 것이 제 그림자인지
깨닫지 못했을 때가
더욱 행복했는지도 모르지요.
무릇 생명이 있는 것들은
그렇게 다 상처속에 여물고 성숙하는가 봅니다.
귀한 글앞에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강연옥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