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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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방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1건 조회 1,364회 작성일 2006-02-06 17:00본문
핏빛으로 물든 달빛 포근한 밤,
하루살이 사내가 놀이터를 돌리고 있다
힘겹게 돌리는 손에는 소주 한 병이 들려있다
삐걱삐걱 놀이터 소리 날 때마다 먹여주는.
돌아가는 놀이터 안으로 탑승하지 못하는 사내는
닳아빠진 짧은 손으로 언제나 놀이터 밖에서 놀이터를 돌리기만 한다
짠 소주를 들이키며.
소주가 짜다
키 작은 사내의 눈물이 들어간 소주가 짜다
진종일 짊어낸 힘 부친 하루에 등짝은 갈라지고
갈라진 틈 사이로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인생은
똑바로 걷는 게 마냥 비칠거리며 걷는데
한참을 걷다가 돌아보면 어쩔 수 없이 흘리게 되는 눈물,
그 눈물로 빚어낸 소주 한 잔이 사내에겐 짜기만 하다
바뀌지 않는 내일은 사내에게 절뚝거리는 오늘만을 살게 하고
오늘 끝에 선 사내는 놀이터 한 가운데 저를 놓아보지만
무섭게 도는 놀이터의 속도에 사내는 이내 튕기고 만다
결국 오늘만 살게 된 하루살이 사내는
하루의 끝, 밤늦게까지 아등바등 매달려
쉴 틈 없이 놀이터를 피로 물들이며 돌리고 있다
사내의 힘겨운 하루를 달래주듯
붉게 보풀어진 달이 소주를 쭉 들이킨다
달이 얼굴을 찡그린다
소주가 왜 이리 짜냐고.
댓글목록
허순임님의 댓글
허순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소주가 왜 짤까요
방정민 선생님 명절 잘 보내셨지요?
제 시집 나오면 사 봐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메세지를 받고도 답장을 드리지 못했네요.
제 핸폰이 발신이 정지 되었거든요...
죄송해요...
덕분에 명절 잘 보냈답니다.
박민순님의 댓글
박민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왜 그럴까요
행복하시길바랍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삶에 비관의 술병를 돌리는군요. 눈물에 젖은 술이니 인생을 논할 수 있을겁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의 고뇌가 담긴 술...눈물이기에 이렇게 짠가 봅니다
삶의 바퀴속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인생의 허무함을 보고 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섞인 소주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아야지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밤새 놀이터에서 소주에다 눈물은 섞고있는 그 사내의
심장은 다 쫄아 들었겠네요.
심각하게 머물다 갑니다.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눈물은 짜지 않습니다,
그 눈물은 단지 짜게 느켜질 뿐 입니다,
눈물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되어
오늘도 내일도 함께
할겁니다,
다녀 갑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주가 짠 이유가 그래서이군요.
'짠 소주를 마시는 달'이 인상적입니다. ^*^
윤복림님의 댓글
윤복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짠 소주의 맛이 인생의 깊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짠 소주를 먹어 본 사람,
그 마음 알 것같군요.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의 마음이 절절이 배어 있군요.
좋은 시입니다. 그리고 공감합니다.
경험과 일상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시 이런 시어들이 좋은 시라 생각됩니다.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물과 함께 밥을 삼켜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르듯이
땀과 함께 삼키는 소주...
깊은 사연이 담겨 있을 듯 하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