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선생 시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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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6건 조회 1,745회 작성일 2007-01-31 12:31본문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曲線)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푸시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紗)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사모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 완화삼(玩花衫) - 목월(木月)에게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 낙화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오랜만에 조지훈 시인님의 시를 감상 하는 오후가 좋습니다. 박태원 시인님은 뵈면 뵐 수록. 소년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그것이 아마 감수성이 뛰어난 시인님의 오늘이 아닐까 합니다. 좋습니다.~~
박태원님의 댓글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날씨가 쌀쌀하지만 시를 읽으며 훈훈해집니다.
손근호 발행인님도 열정과 개성이 뚜렸하십니다.
비교적 젊으시고 문단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리라고
생각합니다.^!^
김화순님의 댓글
김화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읽으면서 눈앞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집니다
좋은글 잘 보구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귀한글 담아갑니다.
조지훈시인님의 글은 늘 감동의 물결입니다.
귀한시를 선정하여 올려주신 박테원시인님 ^^
영양에가면 조지훈 선생의 시비를 만나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까운 곳인데도 게으름으로 아직 ... 글로 뵈오니 송구한마음이 듭니다.
감사드리오며 건안하세요
이규정님의 댓글
이규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 태원 시인님 덕분에
참 좋은 명시를 감상하였습니다.
몰론 박 시인님의 시도 감상을 하고 들렸지만요.
명시 감상의 기회 주심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시감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