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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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을 쏘다 / 최해춘
가슴에 여러 개의 화살을 박고 사는
새가 있다
밤마다 창문을 쪼아대며 꼬박 밤을 새우고
뭉개지는 어둠속을 날아가는 새
깃털 바람에 날릴 때면
피 묻은 화살 반짝거리는 가슴에
하룻밤도 수차례 개기월식이 다녀가곤 했다
어느 날 밤
여린 가슴에 박힌 화살을 뽑아주려
창문을 열자
파란 보리밭 끝없이 펼쳐지고
하늘에서 함박눈 펑펑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쪼아대던 새는
보리밭 언덕배기 나뭇가지에 앉아
고요한 모습으로 노래했지만
그 곳은 너무 멀어 발길 닿지 않았다
하얀 눈밭에
검은 발자국만 남기고 창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날 밤도 나는
시린 늑골 뽑아 화살을 만들고
실핏줄 팽팽하게 시위를 잡아당겨 쏘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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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근호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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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화살과 새의 모습이 애절 하기만 합니다. 자유를 강탈 당한 새를 풀어 주어도 살 수 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