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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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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74회 작성일 2005-10-24 10:34

본문

지루한 평화 / 김희숙




통 좁은 아파트 복도 난간 위,
암 코양이 한마리 나른하게 졸고 있다
둥글게 감은 굽은 등에
솜털 같은 흙먼지 앉아 있고
지루한 평화가 보인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가느다란 햇살,
갈 퀴 잃은 가시 손톱 세우고
긴 숨소리 지근지근 세상 속에 파고든다

또 다른 해가 대낮보다 이글거리는 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축 건물 어딘가에
보금자리 틀고 제 허리 부벼 대겠지
까만 눈망울 굴려 어둠 찍어내고
생선 토막 하나에 여문 살 오르겠지

층계 다 빠져 나오기 전,
슬픔을 껴안은 듯한 숫 고양이
어깨 빌릴 곳 찾아 미끄러진다
더 나은 하루 풀어내기 위해
같은 편 찾아 서성인다

잠시
저물녘 하늘이 파랗고
어느 집 잔칫상이 벌어질 듯 하다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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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희숙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둥글게 감은 굽은 등에
솜털 같은 흙먼지 앉아 있고
지루한 평화가 보인다'

고양이의 특성이 김시인님의 필력에 나긋나긋 드러나는군요. ^^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희숙 시인님, 참 반가웠었습니다.
 너무 빨리 헤어지니 아쉬웠지만 서울서 만남이 있기에..
"더 나은 하루 풀어내기 위해
같은 편 찾아 서성인다."
제가 지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임혜원님의 댓글

no_profile 임혜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희숙시인님 =^*^=
더 좋은 하루 풀어내기 위해
글앞에 앉아있을 김희숙시인님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저여서 미안하지만
김시인 옆에서 서성이는 저 보이지요 .
김시인님에게 생선토막 하나 드리고 싶은 마음 안고 서성거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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