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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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244회 작성일 2007-04-29 11:58본문
이 월란
사물사물 아지(兒枝) 사이
햇살은 바서지고
호홀지간(毫忽之間) 백주도
낯을 가리면
하늘은 붉은 입술 깨물어
노을에 흘리고
바람도 지쳐 잠든
마른 길섶 언저리
해가 지도록 가야 할 이 길
신(神)익은 시간들을 불러모아도
가고 없는 너의 이름
차마 부르지 못해
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널 위해 울어보겠네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널 향해 웃어보겠네
2007.4.28
댓글목록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고 없는 너의 이름/ 차마 부르지 못해/
그 길손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가슴으로 그도 울면서 떠나고 있을까요.
아마 웃으면서 떠나고 있을겁니다.
이국 땅에서 보내오는 시인님의
아름다운 선율을 늘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호홀지간(毫忽之間) 이군요 인생이~
참 고운 시향 느낌 합니다.
고맙습니데이~~~!!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월란 시인님이 쓰신 시 읽으며 항상 국어사전을 옆에 놓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어에 젖어 호홀지간 하늘과 바람 그리고 해를 바라봅니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詩 당선작 이강산 시인님의 `연금술사의 수업시대`를 소개해 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낡은 한 문장은 아직 나를 기다린다.
손을 씻을 때 마다 오래 전 죽은 이의 음성이 들린다. 그
들은 서로 웅얼거리며 내가 놓친 구절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 손끝으로 따라가며 책을 읽을 때면 글자들은
어느새 종이를 떠나 지문의 앝은 틈을 메우고 이제 글
자를 씻어낸 손가락은 부력을 느끼는 듯, 가볍다. 마개
를 막아놓고 세면대 위를 부유하는 글자들을 짚어본
다. 놀랍게도 그것은 물속에서 젤리처럼 유연하다. 그리
고 오늘은 글자들이 춤을 추는 밤 어순과 문법에서
풀어져 서로 뭉쳤다. 흩어지곤 하는. 도서관 세면기에
는 매일 새로운 책이 써지고 있다.
마개를 열어 놓으며 나는 방금 씻어낸 글자들이 닿고
있을 생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햇빛을 피해 구석으로
몰린 내 잠 속에는 오랫동안 매몰된 광부가 있어 수맥
을 받아먹다 지칠 때면 그는 곡괭이를 들고 좀 더 깊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가 캐내온 이제는 쓸모
없는 유언들을 촛농을 떨어뜨리며 하나씩 읽어본다.
어딘가 엔 이것이 책을 녹여 한 세상을 이루는 연금술
이라고 쓰여 있을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세상에
서 오랫동안 낡아갈 하나의 문장이다. 언젠가 당신이
나를 읽을 때까지 목소리를 감추고 시간을 밀어내는
정확한 뜻이다.
심사위원 = 신경림 시인, 최동호 시인
법문 박태원님의 댓글
법문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하늘은 붉은 입술 깨물어
노을에 흘리고
아름다운 슬픔입니다. 神과 함께 하시길~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휘 선택에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계신 분입니다.ㅎㅎㅎ
신선합니다. 언제나.
금방 끌어 올린 생선처럼 물이 뚝뚝 떨어지는 펄떡거림.....
누군가를 위하여 울고, 웃을 수 있는 여정이
삭막 하지나 말았으면 좋겠네요..ㅎㅎ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널 위해 울어보겠네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널 향해 웃어보겠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