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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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435회 작성일 2007-05-08 13:48본문
이 월란
나의 주방엔 앙증맞은 간장종지 세 개가 있다
오래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주신 것이다
엄마 이것 진짜 이쁘다 하면 가져가라 하셨다
엄마 이것도 이쁘다 하면 그것도 가져가라 하셨다
딸은 모조리 야지리 허가받은 날도둑들이라 하시며
내 입에서 이쁘다 하는 소리를 듣는 물건들은 죄다
내 가방 속으로 터질 듯이 쑤셔박혀 태평양을 건너 오게 되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을 그렇게 뺏어 오면 난 행복했었나 보다
엄마의 사랑을 육안으로 구별이 가능하게끔 변신시키는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딸아이가 그 간장종지를 자세히 보더니
엄마 이것들 사이즈가 달라요 잘 보니까. 하는 것이었다
난 똑같은 사이즈인줄 알고 내내 써 왔었다
그까짓것들 사이즈가 다르면 어떻고 같으면 어땠으랴만
난 그 종지 세 개를 들여다 보며 싱크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나보다
내가 알지 못하고 살아온 엄마의 비밀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알고 싶지도, 묻지도 않았던 얼마나 많은 비밀들을 그 분은 안고 가셨을까
엄마의 과거, 엄마의 사랑, 당신의 삶 구석구석에 숨어있었을 비밀들.....
난 관심도 없이 나 살아가기에만 그저 바빴다
알고 난 지금은 습관처럼 꼭 사이즈대로 포개어 둔다
구별이 힘들만큼 거의 같은 사이즈이지만 늘 살피게 된다
이제와서 뭣하러 그러고 있어야만 할까 싶어도
그렇게 구별해 두면 그 분이 안고 가신, 내가 알지 못하는 숱한 사연들도
제자리를 찾아 한숨이 거두어질까 싶어서이리라
2007.5.7
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엄마 이것 진짜 이쁘다 하면 가져가라 하셨다
ㅎㅎ
얼마나 얼마나 전 부 다 주고도 더 주고픈 마음일까?
엄마의 과거, 엄마의 사랑, 당신의 삶 구석구석에 숨어있었을 비밀들.....
아름다운 시향에 머물다 갑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쁘다 함은 탐나다,는 별칭이군요.
어느 나라나 같은 것 같습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가진 물건을 자주 칭찬하면 아니 줄 수 없더군요.
그것이 모녀간에는 두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사이즈에 지나간 스토리가
보이는군요, 이제부터 사이즈에 신경 써야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장종지의
사연 뵙고갑니다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정이 듬뿍 담겨진 간장종지.....
어버이날에 다시한번 모정을 느끼게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정희님의 댓글
이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장종지 예전에는 많이 썼는데
요즘은 자꾸 멀어져만 가네요
즐감하고 감니다
건필하세요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간장종지 마다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배어 있는 것같습니다. 크기가 다른 간장종지는 어버이 날에 다시 한 번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가 봅니다. 5월 8일 어버이 날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 집니다. 좋은 봄날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