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陰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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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963회 작성일 2007-03-20 10:48본문
이 월란
옷농 오른짝 구석, 선반 맨아래
날개 한쌍이 숨겨져 있다
가끔씩 꺼내보곤, 정작 있었던 날개 자국이 퇴화되어 버린듯한
바로 그곳, 겨드랑이 밑동에 달아보기도 한다
아직 잘 맞지 않아 수선이 좀 필요하다
바느질이라면 젬병이지만 난 맹렬히 배워야 한다
고소공포증에다 놀이기구 하나 못타는 내가
허술한 날개에 몸뚱아리를 내맡길순 없는 노릇이니까
언젠가는, 저 날개를 꺼내어 달고 있는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분명 슬퍼할 것이다
<우린 이제 엄마가 필요없지만 떠나신다니 많이 슬퍼요>
솔직한 것 빼면 시체인 아이들은
시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솔직하게 나올 것이다
나를 아직도 <마이 베이비>라고 부르면서도
젖도 떼지 못한 베이비 행세는 혼자 다 하고 사는,
서면계약을 특히 중시하는 속칭 내 남자는
계약서를 내보이며 그럴 것이다
<계약 위반이야>
인생은 원래가 계약위반인걸
우리가 그 계약서라는 것, 구경이나 해본적 있었던가
소문이란데 눈이 제일 반짝이는 사람들은
그 여자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렸다는 소식에
어느 백화점의 세일기간이 끝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게 무슨 날개인지 속으로는 궁금해서
미칠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철딱서니 없게 꾸미기를 좋아하는 난
이 숨겨둔 날개에도 반짝반짝, 주렁주렁
구슬과 은박과 금박의 실로 온갖짓을 부렸는데
날개를 달고 날아가 보았다는 사람이
내게 정중하게 충고했다
그런 장식은 하나 쓰잘데 없으며
그럴 돈 있으면 날개모터나 밧데리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나을거라고
난 충고라면 질색인 아주 잘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그의 충고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되어
장식들을 과감히 떼어버리고 거금을 들여 날개를 최신식으로 바꾸었다
내 방정맞은 입은 방정을 떨고 싶어 때론 정말 근질거린다
<난 멋진 날개가 있다구요>
<언젠가는 날아갈거라구요>
2007.3.1
댓글목록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잘 감상하엿습니다.
우리 집 내무장관에게는 보이지 말아야 할가요...,ㅎㅎㅎ
아침은 1도였으나 지금 10도로 상승헸습니다. 내일은(음력) 春分의 날이네요. 화사한 봄날을 즐겨주십시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의 구체성에서 오는 다양한 상황의 시적 재현을 발견하며 잘 감상 하였습니다.
즐거운 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에브리바디 베이비들이 다 커서 떠나가면 원더 우먼 수퍼 우먼 같은 날개를 달고
고국 나들이 하며 태평양을 왔다 갔다 하시면 좋겠네요,
여자들은 옷과 유행에 참 민감하다지요,
갑자기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즐감하고 물러갑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누구나 그런 음모들을 구상하고 있나봅니다.
신선합니다. 늘 아름다운 시향으로 즐겁게 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이월란 시인님!! 봄이 점점 익어 갑니다. 행복한 생활 보내시기를......
이필영님의 댓글
이필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난 멋진 날개가 있다구요>
<언젠가는 날아갈거라구요>
전 '노라'가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고,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