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김혜련

누군가 야반도주하며 생명줄이라 여겨 급히 챙긴 짐짝

정작 도망 다니는 과정에서 부피가 너무 커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고 간 그 짐짝처럼

수국이 수국수국 피었습니다

여름이 당지수를 높여가는 그 즈음

봄 흙에 묻혀 있던 노란 바람이

두꺼운 눈꺼풀을 열어

밥알보다 큰 꽃잎을 압력솥에 앉힙니다

푸드덕 푸드덕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기계적 멘트가 오늘처럼 반가운 것도 처음입니다

수국이 피었습니다

야반도주한 그의 생사를 알 길 없는

이 막막한 밤에도 밤꽃 터지듯

수국이 수국수국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