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식인火食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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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443회 작성일 2008-09-02 09:19본문
화식인火食人
강연옥
등판에 내려앉은 햇살을 도살하여 뼈를 발라낸 후,
문명의 요리를 만들어 자양분을 삼는다
햇살은 땀 밴 내 등판에서 사육되고 죽어갔으나 나는
날이 저물 때까지 동그랗게 몸을 말며 굳어가는 햇살의
안쪽을 보지 못했다
휴경지의 어둠이 깨어나듯 프라이팬에서 구워지는 돼
지 삼겹살에 핏물이 흐른다
도살되기 전 돼지의 등판에도 햇살이 내려앉아 털을
윤지게 했을 터
햇살은 제 몸을 기꺼이 내어주어
나무가 햇살을 날生로 먹으며 잎사귀를 키우고, 그
잎사귀를 사슴이 날生로 먹는다
아무르 표범이 사슴의 목을 일순간에 공격하여 지그
시 숨통을 누를 때에도
사슴의 눈망울에 잦아드는 햇살의 고요
그리하여 만물이 소화한다는 것은
나 아닌 다른 것의 먹이가 되고자
나 아닌 다른 것을 날生로 취하는 것이리라
성스러운 세상 날生 것들은 울음주머니를 물고 있어
저 프라이팬에서 구워지는 삼겹살에도 죽은 햇살이
붉게 흐르나 보다
핏물이 마르며 노릇하게 구워지는 삼겹살, 이미 내
머리에선 맛으로 소화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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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정식님의 댓글
문정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시인님...^^
잘 지내시죠?...^^
아직 지난 그때가 생각납니다.
처가 동네라 더 맘이 푸풀었고
따스한 만남이 웃음나게 했던 그때가...
변한것 같지 않은 변화가 많죠?...^^
그게 사는게 아닌가 싶네요...ㅋㅋㅋ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길...^^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아요, 사모님이 제주 분이었죠.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늘 반가운 건,
아마 그때의 따스한 기억들이 우리의 가슴속 한 켠에
늘 남아있기 때문이겠죠.
문정식 시인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문학제 때 뵐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건강하시구요. ^*^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요히 흐르는 선율따라
들리는 시인의 음성 즐감하다 갑니다.
건강하세요 ^*^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승연 시인님, 안녕하세요?
요즘 아침 저녁으로 많이 쌀쌀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