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신다

                       조 현 동

커피를 마신다

선택이랄 것도 없는 선택은 습관이 되고

습관이랄 것도 없는 습관이

머문바 없이 머물러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일상(日常)의 시작이다 끝이다 아니 전부다

타타타요 여래(如來)요 진여(眞如)요 거침없음이다

커피의 양도

미각도 후각도 예절도 적절한데

금방 스친 것은 바람 아닌 바람이요

머문바 없는 일대사(一大事)일 것이다

보편적인 세안에 샤워에 출근은

그저 특별할 것도 없이 몹시 특별하다

누군가의 미적거림과 알랑거림과 흘겨봄직한 끝에

저 마다의 직장(職場)이 다 닳아가고

집요한 번뜩거림과 예지와 통찰 같은 뒤적거림과

훔쳐보기가 판을 치는 일과 일 사이에 하루가 간다

잔뜩 죄어든 목줄이 달랑거리고

저 마다의 땀과 미진(微塵)으로 뒤범벅된

일상(日常)의 곤혹스러움이 어둑해질 무렵

야멸찬 퇴근 후의 기똥이 메아리칠 사건은

참으로 무궁무진(無窮無盡)하구나

생사(生死)에 쩐 밤

술비 오는 밤

환락과 절대 고독과

평안과 평강이 뒤섞인 밤을 지나

새벽이 아침으로 몰아칠 때

한 발자욱도 내디딘 바 없이

온 우주를 주유(周遊)하고

한 소리도 내뱉은 바 없이

무자진경(無字眞經)을 다 설(說)하고

한 방울도 마신바 없이

커피 한 잔의 바다를 다 마신다

커피를 마신다

선택이랄 것도 없는 선택은 습관이 되고

습관이랄 것도 없는 습관이

머문바 없이 머물러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일상(日常)의 시작이다 끝이다 아니 전부다

타타타요 여래(如來)요 진여(眞如)요 거침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