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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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또 다른 시작 /강연옥 길이 없었던 태초 산속 사람의 길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구름이 내려와 앞을 막아서도 가시덤불 헤치며 올라갔다 깊은 밤 슬픈 춤을 추는 달빛 그림자를 밟으면 벌레들이 노래하고 풀잎에 맺힌 바람의 흐느낌 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말리면 나무들이 일제히 발갛게 물들었다 때로는 새소리에 묻힌 꽃씨도 흩뿌리며 오르노라면 꽃들이 따라 오르고 이마엔 달디 단 뱀 딸기가 송송 열렸다 길은 다른 생각할 길 없이 뒤로 제 흔적을 남기며 위로만 위로만 올라갔다 몇 번의 월경에 꽃들이 피어나고 몇 번의 월경에 단풍이 물들더니 정상에 다다라 한 호흡 내쉬면 길보다 앞서간 세월은 어느새 한 줌의 공기로 사라졌다 서리로 내려와 부르튼 발바닥 사이로 올라오는 냉기 모세 혈관 마르는 혈액순환 장애와 말라 버린 젖꼭지 봉우리 나무들이 일제히 백기를 든다 길이 춥다 가슴으로 올라온 그 길은 제 길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 걸, 오르는 것 보다 가슴을 풀며 내려가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제는 밑을 보며 내려가야 할 때. |
갱년기
시/강연옥
길이 없었던 태초 산속 사람의 길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구름이 내려와 앞을 막아서도
가시덤불 헤치며 올라갔다
깊은 밤 슬픈 춤을 추는
달빛 그림자를 밟으면 벌레들이 노래하고
풀잎에 맺힌 바람의 흐느낌
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말리면
나무들이 일제히 발갛게 물들었다
때로는
새소리에 묻힌 꽃씨도 흩뿌리며 오르노라면
꽃들이 따라 오르고
이마엔 달디 단 뱀 딸기가 송송 열렸다
길은 다른 생각할 길 없이
뒤로 제 흔적을 남기며 위로만 위로만 올라갔다
몇 번의 월경에 꽃들이 피어나고
몇 번의 월경에 단풍이 물들더니
정상에 다다라 한 호흡 내쉬면
길보다 앞서간 세월은 어느새
한 줌의 공기로 사라졌다 서리로 내려와
부르튼 발바닥 사이로 올라오는 냉기
모세 혈관 마르는 혈액순환 장애와
말라 버린 젖꼭지 봉우리
나무들이 일제히 백기를 든다
길이 춥다
가슴으로 올라온 그 길은
제 길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 걸,
오르는 것 보다 가슴을 풀며 내려가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제는 밑을 보며 내려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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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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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 자연의 변화와 육신의 변화가 어찌 그리 닮았는지요. 특히 계절 마다 산을 걷다 보면 절실히 느껴 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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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시인님...잘계신가요..^*^~
이제는 발목을 단단히 묶고 내리막길 내려 가야지요..
험란한 길들이 오를때보다 더욱 힘들게 펼처져 있는것이기에 ...온 몸이 더욱 무겹게 느껴지는 길이네요....ㅎㅎ
강연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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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백원기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잠 못 이룰 정도로 밤이 무덥네요.
얼마남지 않은 여름이 발악을 하나봐요.
며칠만 있으면 산의 정상에 선 것처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겠지요. ^*^
김태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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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인님, 그렇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따름입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다 나름의 특색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음을... ^^
김영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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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겸허 해 지는 강연옥 시인님의 글앞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건안,건필하소서
강연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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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시인님!!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꾸~벅 ^*^
김태일 시인님!! 저번에 사모님과 찍은 사진 포토샵 프로그램 도착하면 사진 크기 줄여서
올려드릴께요. 혜선이에게도 안부를... ^*^
박기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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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비' 내림이 신기했던 그 시절이
월경의 시작이 었던가.
어쩌면 알 수 없는 시간, 현실에 목매어 나를 감옥에 가두어 놓았던 그 때,
돌이켜 후회와 번민이 교차하는 현실이 월경이 말하는 갱년기라는 말인가?
정상의 맛을 보았기에 내려가는 멋이 존재하지는 않는가?
그 멋은 진정 갱년기의 고독이려니...,
감사히 감상하고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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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옥 시인님..글 뵙고 갑니다.....좋은 휴일 되시길 바라며.....위에 계신분들도 좋은 휴일 되십시요~!....
이선형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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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젊은신데..
물은 아래로 아래로만 흐른다.
모든 것 담다가 비우며그렇게 바다로 가는 것이겠죠
웃음 가득한 모습 떠 올리며..
강연옥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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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젠가 그 정상에 다다를 나이가 되겠지요.
'갱년기'라는 단어에서 갑자기 '갱'가 무슨 자인지 궁금해서 찿아보았더니 '다시-갱'자더군요.
지금까지의 삶을 한 단락 매듭 지우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 그러고 보니 정상에서 호흡을 크게 하고서 막 내려오려는 그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제가 갱년기를 맞이하게 되는 날 시적 느낌이 달라지거나 틀렸다면 아마 시를 고쳐야 되겠지요.
이선형 시인님! 오영근시인님! 박시인님! 뜨겁지만 화창한 일요일이네요. 뜨겁지만 겨울이 되면 그리워질 여름의 막바지... 행복하게 만드시기 바랍니다. ^*^
고은영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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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춥다
가슴으로 올라온 그 길은
제 길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 걸,
오르는 것 보다 가슴을 풀며 내려가는 게
더 힘든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제는 밑을 보며 내려가야 할 때.
내리막 길은 오르막 길보다 내려 가기가 훨신 쉽지요.
오다가 돌 뿌리에 넘어지면 일어서야 하고
그렇게 걸어 가는게 인생인가 봅니다.
참, 서글픈 일이지요?
뭘 그리 채우려고 바둥거렸는지........
김유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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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쓸쓸해 집니다
올라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던것 같습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하니 저희들도 살아야 날들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것 같습니다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강연옥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