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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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149회 작성일 2006-11-30 16:01본문
송사리에 가다
글/홍 갑선
나 어릴 때 물장구 때리고 놀던
고향 있었드랬지요
마을 어귀에는 조그만 실개천 하나 흐르고
그 옆 발치 논도랑 물웅덩이에 겁 많고 눈 큰
송사리 여나무 마리 살고 있었지요
아침이면 등굣길에 송사리들이 잘 크고 있는지
밤새 안녕하였는지, 안부를 물으며 등교하는 게
일련의 취미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논도랑 물웅덩이에 미꾸라지도
붕어도 피라미도 꾸물꾸물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물고기 동네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예쁜 마을 이름 하나 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끙끙 대다가 밤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원래 송사리들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을 송사리라고
지어주고 말뚝 박아 푯말로 세워 놓았지요
그리고 어느 쓸쓸한 가을날 객지로 훌쩍 떠났드랬지요
그러나 먼 훗날 세상 떠돌고 돌아 빈손으로 U턴하여
송사리에 가봤더니 푯말도 없고 고향 송사리도 없고
미꾸라지도 피라미도 다 고향을 떠나고 늙은 갈대들이
애처롭게 그곳을 지키는 것이었지요
세월의 바닷물이 마르면 "썰렁해"
라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정말로 옛 송사리 썰렁해, 썰렁해, 였드랬지요
글/홍 갑선
나 어릴 때 물장구 때리고 놀던
고향 있었드랬지요
마을 어귀에는 조그만 실개천 하나 흐르고
그 옆 발치 논도랑 물웅덩이에 겁 많고 눈 큰
송사리 여나무 마리 살고 있었지요
아침이면 등굣길에 송사리들이 잘 크고 있는지
밤새 안녕하였는지, 안부를 물으며 등교하는 게
일련의 취미였지요
그런데 어느 날 논도랑 물웅덩이에 미꾸라지도
붕어도 피라미도 꾸물꾸물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물고기 동네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예쁜 마을 이름 하나 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끙끙 대다가 밤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원래 송사리들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을 송사리라고
지어주고 말뚝 박아 푯말로 세워 놓았지요
그리고 어느 쓸쓸한 가을날 객지로 훌쩍 떠났드랬지요
그러나 먼 훗날 세상 떠돌고 돌아 빈손으로 U턴하여
송사리에 가봤더니 푯말도 없고 고향 송사리도 없고
미꾸라지도 피라미도 다 고향을 떠나고 늙은 갈대들이
애처롭게 그곳을 지키는 것이었지요
세월의 바닷물이 마르면 "썰렁해"
라고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정말로 옛 송사리 썰렁해, 썰렁해, 였드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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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 보지 않았어도
시인님께서 그리신 그 고향을 보는듯 합니다.
멋진 추억속에서 아름다운 여행을 떠납니다.
좋은 오후 ~~~되세요
장윤숙님의 댓글
장윤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송사리때 노니는 곳이 시인님의 고향이신가 봅니다.
어린시절 장맛비 온통 황금바다 이루고 ..질척하게 물이 빠져나간 신작 에는 어디서 왔는지 미꾸라지때들이 길을 막고 ...
줄행량치던 기억이 선명하게 납니다. 시골은 언제나 그리웁고 정겹고 ..언제고 돌아가면
그 자리엔 쓸쓸한 풀들만 무성합니다.
오형록님의 댓글
오형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것이 변해버린 세상
향수의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머물러갑니다 고은밤 되세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그곳 송라시는
홍갑선 시인님의 마음 지도에는 영원히 남아있을 거라지요?
두 눈이 찡긋 감아지는 시였습니다.
홍갑선 시인님, 꿀잠 주무시길요~~ ^^*
최경용님의 댓글
최경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늙은 갈대들이 애처로운곳
썰렁해 썰렁한 고향
세월의 바닷물 마르는 고향
우리들 농촌의 고향마을이 안쓰러워 노래하는 홍 시인님 고향은 송사리 고향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