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애상(哀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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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024회 작성일 2018-04-05 13:57본문
4월 애상(哀傷)
조 현 동
4월이여 봄비가 내리고 안개 낀 거리에서
사랑하는 내 아내가 울고 있다
때때로 화약 냄새 흩날리던 원색의 포도(鋪道) 위에서
내 아내는 가늘게 떨며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4월이여 너는 내 아내를 닮았다
절영(絶影)의 계절을 딛고 일어나
사려 깊은 목소리로 피어나는 목련은 분명 내 아내다
목련 내 아내여 너는 알리라
밤이면 밤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비둘기같이 몸을 도사리며 우는 까닭을
그러나 오늘 내 마음은 얼마든지 자애롭구나
아마도 누군가의 핏속에 지난(至難)한 몸부림이 있어
잔인한 이 계절에 고운 술을 빚는 게지
찬비 내리는 거리를 나 홀로 걷노라면
4월이여 나는 내 아내와의 영회(詠懷)를 생각하노라
내 아내의 가슴팍은 그다지도 넓고 따스했던 것을
열띤 욕망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었던 것을
어느새 계절은 다가와 우리의 침실을 시새움하고
검은 실루엣 의상 위로 곱게 떨어져 내리던 화사한 꽃잎 꽃잎들
아아 바로 그 때 육신은 피곤에 지쳐 잠이 들고
어느 누구의 절망도 아닌 찬비 듣는 소리 들렸으랴
찬비는 내려서 또 다시 꽃잎은 지고
그 날은 남고 나는 거리를 걸어가고
주체할 수 없는 술기운에 담배를 피워 물면
우리는 그저 사랑할 뿐인데
우리의 밤은 왜 이다지도 길고 쓸쓸한 것일까
4월이여 긴긴 여로(旅路)의 끝에서
꽃으로 지는 가슴의 서러운 이야기를
그 진한 아픔을 너는 알리라
알고 있다면 마지막 남은 담배의 겨자씨만한 불씨를
힘차게 불어다오 불어다오
그러나 4월이여 지금은 조용히 눈을 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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