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컴퓨터 파일을 옮겨 심으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923회 작성일 2011-02-15 11:45

본문

<컴퓨터 파일을 옮겨 심으며>

                                              김혜련


순천고 교무실 내 책상 위
컴퓨터 속에는 지난 4년 동안
모진 산고 끝에 낳은 묵직한 파일들과
한순간 끙하며 숨풍 쏟아낸 가벼운 파일들이
나름의 질서 속에서
각자 방을 만들어 오순도순 살고 있다.

녀석들을 보면
한낱 차가운 파일이 아니라
심장 뛰는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생신고를 한 그들은 4년 동안 잘 자라서
이젠 인격과 정체성까지 지녔다.

문학자료방에 사는 파일들은
수업시간 열여덟 야자수 같은
녀석들의 눈을 붙잡기 위해
각혈을 몇 번이나 하면서도
결근 한 번 하지 않았고
학적공문방에 사는 파일들은
개인이 아닌 공인의 신분으로
도교육청 지역교육청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제주도까지
방학도 없이 발바닥 헐도록 뛰어다녔다.

이제 이 학교를 떠나야 하니
힘들여 낳은 숱한 파일들 자식 같아
어느 것 아나 버릴 수 없어
대용량 유에스비에 옮겨 심으며
나는 그만 가슴이 사무치고 만다.

울컥 울음보가 터지는 순간이다
이 많은 식솔들 데리고
어느 낯선 학교에 가서
또다시 방을 만들고
잘 키워낼 자신이 있는가
누군가 집요하게 묻는다.

아무런 증거도 댈 수 없지만
감히 나는 내가 쓰러져
숨이 멎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사랑하기에 끝내
버리지 않을 거라
눈시울 적시며 대답할 것이다.
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67건 2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27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9 2022-03-19 1
226
잠보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8 2013-10-04 0
22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6 2013-05-27 0
224
초록 철대문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 2009-12-16 3
223
씨븐너물할매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3 2014-10-19 0
222
고장 난 냉장고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1 2015-07-29 0
221
아버지의 구두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5 2014-05-23 0
220
2013 가을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2 2013-10-04 0
219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1 2013-04-14 0
218
비 오는 날 밤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8 2013-06-10 0
217
단풍 노숙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7 2013-10-04 0
21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5 2015-09-25 0
215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3 2014-06-15 0
214
울지 않는 아이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2 2014-11-16 0
213
고향집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2 2013-05-27 0
212
먼지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6 2013-06-10 0
211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3 2020-11-07 1
210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4 2013-01-15 0
열람중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4 2011-02-15 0
208
스마트폰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9 2013-01-15 0
207
스무 살의 여름 댓글+ 5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9 2010-08-06 10
20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8 2010-10-14 8
205
선풍기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8 2010-08-06 10
204
오래된 달력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5 2015-06-09 0
203
도토리묵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8 2010-10-16 7
202
죽이는 만찬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3 2010-08-09 10
201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0 2009-11-08 4
200
면소재지 마트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9 2015-06-16 0
199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8 2014-02-20 0
198
운명이라는 길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7 2015-11-29 0
197
무화과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6 2014-10-19 0
19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6 2013-01-15 0
195
살처분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5 2014-02-20 0
194
일대일 모기 댓글+ 4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4 2015-09-25 0
19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8 2022-09-20 0
19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7 2015-06-16 0
191
겨울밤 댓글+ 6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8 2010-11-23 10
190
의성어 아파트 댓글+ 3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1 2015-08-02 0
189
폐냉장고 댓글+ 7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5 2010-11-22 10
188
포맷 댓글+ 2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8 2014-06-15 0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