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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비디오 그리고 여인 (연작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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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재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479회 작성일 2009-07-22 19:13

본문

책. 비디오 그리고 여인 (연작시 1)

여름이면 묵혔던 습관처럼
비가 내린다.
적당히 적신 어둠까지
낮 익은 골목에 들이닥치면
전설을 품은 도시가 된다.
아무렇게 날린 먼지 하나가
세상을 바꾸 듯
떨어진 담배 한 갑이
온 생을 쥐어 잡을지 몰랐다.

적어도 그때는.

축축한 여름과 어울릴 만한
내 무능은 결국
손바닥 만한 마을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내 태를 받아 묻었다 던
자궁처럼 초라하고 작은 시골마을.
달라진 것은 작은집은 더 초라해 졌고
여기에는 혼자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이미 다해버린 내 운명처럼
유일한 군것질거리 담배도 금세 떨어졌다.
읍내로 이어진 단 하나의 길을 통해
간신히 마을을 빠져나왔다.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날 것같은
대포집 유리창 불빛이 간신히
살아있음을 알리듯 깜박거린다.
거기를 막 돌아 나가면
담배 가게이다.
골목을 돌아 운명과 마주하게 된 것도 그날이다.
새로 생긴 파란 간판이
나를 끌어당긴다.
책.비디오 대여점
파란 간판 아래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간다.
여름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가을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그런
목소리 하나가 반긴다.
초라한 마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바이올렛 가디건을 걸친 여인 하나가
나를 반긴 것이다.
그때 알았다.
나는 책을 좋아해야 하고
나는 비디오를 보아야 하고
그 이름 모를 바이올렛여인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가볍게 지나친 신분조회.
그녀의 자판 소리가 경쾌하다.
아니 그녀의 자판위를 나는 손가락이
경쾌하다.
그때 처음 나는 알았다.
책과 비디오와 여인이 있다는 것을.
비디오는 서로 기대고 있었고
책들은 비디오를 바라보고
은밀한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어쩌면 여인을 두고
밀어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른다.
비가 오는 그런 여름밤에.
거기에는 책과 비디오와
여인이 나란히 서있었다.
나는 그것들은 보면서 그날 나도
나란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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