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는 地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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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056회 작성일 2005-08-02 07:05본문
글 / 홍갑선
1.
낚시를 다녀왔다.
미끼는 지렁이다.
간밤에 지렁이 꿈을 꾸었다.
지렁이가 울고 있었다.
먼 옛날 지렁이는 땅속의 龍
하여 地龍이라 불렸단다.
어느 비 오는 날
지룡이는 세상구경이나 하고
하늘 승천하려고 밖으로 나왔다가
새들 발톱에 찢겨 죽고,
닭들에게 쪼여 죽고,
牛馬車에 깔려 죽고,
술 취한 사람한테 밟혀 죽고,
비 맞은 똥개들 발바닥 공 차기에 놀려 죽었단다.
"나는 죽어도 하늘로 올라가지 않으리라!"
승천을 포기한 지룡이는 땅속 숨어 들어가
지렁이로 진화 했단다.
2.
오늘 날
그 지렁이가 땅을 재생시키는, 이 땅을 되살리는,
자연의 파수꾼이다.
"비 오는 날 가다가 지렁이를 밟지 마라!"
"비 오는 날 가다가 지렁이에게 침 뱉지 마라!"
"지렁이를 미끼로 낚시하지 마라!"
"지렁이는 地龍이다!"
오늘도
꾼들에 들킨 지렁이는
낚시 바늘에 꿰어서 바동바동 죽어 간다.
꿈에 나타난 지렁이야 정말로 미안 하구나!
"우리는 이 땅을 지렁이처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댓글목록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당한 말씀에 동행합니다. 지난 해 초에 발효한 " 못난 인간을 대신해 사과한다, 용서해라 地龍아" 시로 댓글로 삼으렵니다.
"지룡(地龍)아, 어쩌다 땅위로 나와 횡사했느냐/지상의 맑은 공기를 마시러 나온 것이더냐?//너는 피부호흡 때문에 밤이나 비오는 날에만 땅위로 나와/이동할 때 미끄러움 막기 위해 센털을 사용하는구나.//눈, 귀, 코, 손도 없이 /길죽한 몸통을 오무렸다 폈다 하면서 잘도 다니는 구나, 지선(地仙)아.//농군의 유일한 안식처 토양을 갈아 농업생산력을 높여주고/황달․후두염․반신불수․기관지천식․고혈압약도 되는구나.//지표에 내려앉는 새들의 양식도 되어주고/두더지 멧돼지 너구리 밥까지 되어주는 지룡자(地龍子)야.//인간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봉사에도/너를 쓸모없고 징그러운 하찮은 동물로만 여기는구나, 토룡(土龍)아. //너보다 좋은 일 많이 하는 엘리트를 찾기 어렵단다,/아무리 눈을 크게 떠서 주위를 살펴보아도.//용서해라, 감사함을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을!/“지렁이만도 못한 사람”이라 업신여김을 낙으로 삼는 엘리트들을!//감사하다 토룡(土龍)아, 고맙고 고맙다/못난 인간을 대신해 사과한다, 용서해라 지룡(地龍)아."- 빛 너머에 빛입니다, 당신은- 중에서
조연상님의 댓글
조연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지룡이의 비애...
우리가 나고 자라고 다시 돌아갈 땅을 살리고 가꾸는 일꾼이니
당연히 보호해야 할것 같습니다만.
지렁이 보호하고자 농약을 안친다면 농부들은 또한 곡식을 못 키우니...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어 아둥바둥 살아갈 날은 언제일지....
홍갑선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건강 하시죠?..^^
이민홍님의 댓글
이민홍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렁이가 무서워 저는 떡밥으로만 낚시하는데..
지렁이가 시 속에서 욱일승천하네요...^^
장찬규님의 댓글
장찬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개인적으로 지렁이를 못살게 굴게한적이 없어서 떳떳한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그 비천한 생을 가장 숭고하게 정화시키는
지렁이와 같은 정신의 삶을 새겨봅니다. ^*^
김유택님의 댓글
김유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갑선 시인님!
좋은 작품 감상 잘하고 갑니다
"지렁이는 밟으면 꿈틀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