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까라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39회 작성일 2006-01-27 15:37본문
글/홍 갑선
육쪽마늘 한 다발 내 앞에 놓여있네
저 똘똘이 뭉쳐 산 형제들 까라네
마늘, 뿌리도 수염도 한 뿌리로 살았네
성실하게 살았네
가족으로 살았네
그런데 까라네
껍데기도 벗기고, 뿌리도, 수염도,
잔소리 말고 삭둑 자르라네
할 수 없네
모질게 똘똘이 뭉쳐 산 것들 까고 자르네
결국, 손과 칼로 까고 자르네
하나씩 떨어지네
한 덩어리 가족이 해체되네
불쌍하네
슬프네
아 맵구나
눈물이 찔끔 나오는구나
사람도 벗기고 저렇게 자르면,
저렇게 슬프고 맵겠지
마늘 까며 눈물짓네
그런데, 마늘 더 까라고,
못 까
왜 못 까
눈물 나오니까 못 까
너도, 네 몸을 까봐라
얼마나 아픈지
댓글목록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하하하~ 오늘 웃는 것이 두 번 째 입니다.
홍갑선 시인님, 저는 시인님의 요런
해학적이며 깊이 있는 감칠맛 나는 언어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너도, 니 몸을 까바라
올매나 아픈지
^*^~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우리의 시의 창작 행위는 이런
깜의 행위라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좋은 시어들 많이많이 까벌려 주십시요.
또 다른 시어들을 기대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픔의 서러움이 그렇게 매운 눈물이었군요....!!
홍갑선 시인님.... 명절 잘 보내시길.....^*^~~
한상욱님의 댓글
한상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언제나 웃음을 짓게하는, 그리고 그 웃음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살포시 드러내어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홍갑선시인님의 시심이 너무도 해학적이고, 교훈적입니다.
잘 보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립니다.
부디, 새해에도 건안, 건필하시길.......
손갑식님의 댓글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 시인님 명절 잘 보내시고 좀 덜 드십시요,,
그거 너무 친하면
몸에 좋지 않습니다,
마늘 냄새에 후다닥 가려다가
자꾸 까라기에 ,,
넘 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