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탕에 가면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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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갑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424회 작성일 2005-09-13 22:23본문
글 / 홍 갑선
폐쇄된 공간
나 홀로 옷을 홀라당 벗는다
양심의 옷도 홀라당 벗는다
부끄럽지가 않다.
개방된 공간
옷을 벗는다
부끄럽다
양심의 옷은 벗지 못했다.
아니 잘 벗겨지지 않는다.
대중목욕탕에 갔다
홀라당 잘도 벗는다
양심의 옷은 반만 벗는다.
대중탕에 가면 양심이 이상하다
빳빳한 것들과 고물의 양심이다
흘금흘금 쳐다보고
흘금흘금 자랑하고
흘금흘금 부끄러워하고
흘금흘금 부러워한다.
오늘도 빳빳한 것들은
탕을 얼렐레 털렐레
양심을 흔들고 돌아다닌다.
풀죽은 고물들은
한구석 쭈그리고 앉아
흘금흘금 바라만 보고 있다.
아!
대중탕에선 벗느냐 마느냐
양심이 반반이다.
댓글목록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역시 홍갑선 시인님답군요.
따봉입니다. ^^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ㅎ 하이고~
우리 멋있는 홍갑선 시인님?
난 님의 시를보면 부럽고, 신나고
우째 이리 구수한 된장찌게마냥
재밌게도 잘 풀어내시는지....???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인들은 서로 공통분모가 큰가 봅니다. 저도 작년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세월에 누적된 양심의 때도 밀어야지, 그래야 깨끗하지."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반가움에 그 졸시를 소개하면서 나갑니다. 좋은 하루되소서.
세월에 누적된 양심의 때도 밀어야지, 그래야 깨끗하지/ -忍冬 양남하
솨~ 솨~탁탁
매일하는 일과지만 시원하다,
그 소리가 시원하고
물 맞는 기분도 너무 좋다.
땀이 씻겨지니 살 것 같고
물때가 엷어지니 보드랍고
가진자와 못가진자, 부자와 가난한자, 배운자와 못배운자
전라(全裸)로 거울 앞에 공평하게 설 수 있어 기분 좋다.
더 깨끗하게 밀어내야지, 비누로
머리부터 빨아야지
몸도 씻어야지
발끝까지 박박 문질러서 때를 닦아내야지, 뽀드득 소리 날 때까지.
겉 때만 씻으면 뭘 하나 속 때를 밀어야지
남 흉보는 마음의 창도 닦아내야지.
얼굴에 잔뜩 낀 탐욕의 때는 물론
세월에 누적된 양심의 때도 밀어야지, 그래야 깨끗하지.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홍갑선 시인님...작품 읽고 웃습니다. ~~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어느곳에나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듯 만인의 대중탕에서도 그런일들이.. 홀로서기로 버티어봅니다...^*^~~
박기준님의 댓글
박기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갑선 시인님, 안녕하세요.
그렇군요 가 봐야지, 흘름~흘름~
-공통 분모-
잘 감상하며 물러 갑니다.( 삶의 철학이 있군요)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태일 시인님 고은영 시인님 양남하 시인님 손근호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박기준 시인님
졸시를 감상하여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양남하 대 선배 시인님 문인들은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라는 말씀에 동지애를 더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김유택님의 댓글
김유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곳 하나 꾸밈이 없는 시인님의 참 마음 누가 쫓아 갈수 있을까요
홍시인님의 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우리 동네에 계신 시인님! 언제 하루 날 잡아서 개흥초교에 다니는 저희반 학생 1명 목욕탕에 데리고 가서 때좀 박 박 밀어 주세요. 아마 팔 많이 아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