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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母子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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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035회 작성일 2006-05-08 07:32

본문

어제 오후 외출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지하철을 탔다. 느긋이 앉은 자리 저 건너에 母子가 앉았다.가만 보니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듯하다. 예쁘장한 얼굴에 비싼 옷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군청색 원피스가 나름대로 어울리는 깔끔한 차림이었다. 얌전히 모은 두 발에는 하이얀 구두가 다소곳이 신겨져 있었다. 그 곁에 엄마의 커다란 짐 가방을 챙기며 앉은 아들은 15 ~16세쯤으로 보이던 아이였다. 허름한 옷 차림의 그 아이는 참 많이도 말라있었고, 손등에 1원 짜리 동전만한 상처가 딱지 져 있었고, 두 발에는 구멍 난 운동화가 신겨져 있었다.

고마웠다. 아름다웠다. 그 나이의 청소년기 아이들이면 예쁘고 교양있는 엄마하고도 함께 다니고 싶어하지도 않을텐데, 맹인 엄마와 함께 다니며 엄마를 챙기고 있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그 아이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그늘져 있었다. 맹인 엄마를 챙겨드리는게 힘든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맹인 엄마의 아들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주눅이 들었을 것이리라 생각이 드니 맘이 아팠다. 엄마는 평생일지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 한 번 거울로 보지도 못하고, 더구나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들의 얼굴 또한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키웠을 걸 생각하니 맘이 짠해왔다. 얼마나 보고픈 얼굴일까? 두 손으로 보듬어보고 만져보고 체온으로 느껴보아도 해갈되지 않는 절규의 바람일 것이다. 엄마가 만약 눈이 보였다면 내 발에 고운 구두를 신고서 아들의 구멍 난 신발을 그냥 바라만보고 가만있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생각하니 그것도 맘이 아파왔다.

가냘픈 몸매를 지나 너무도 여의었던 그 아이의 가슴속은 무슨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누구보다도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이 차 있을 것이며, 또 누구보다도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슴속이 시끄럽고 뜨거울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엄마에게도 친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털어내지 못할 힘겨움을 가슴으로 식사 대신 챙겨 먹어 그리 마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엄마는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엄마를 닮지 않아 정상인 눈을 가진 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엄마는 또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세상의 편견에 의해 맹인 엄마를 둔 아들의 삶에 행여 자신이 걸림돌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행복보다 늘 앞서 다닐 것을 생각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어제 오후 내내 그 아이의 얼굴이 지워지질 않아 갈증 내던 마음의 쉼터를 찾다 저녁나절 멋모르고 달려 나간 여의도 고수부지에는 가족들과 나들이 나온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벚꽃축제임을 까맣게 잊고 있던 덕에 한 발 내려보지도 못하고 돌아서 올 수밖에 없었다. 잠 잘 시간도 거리의 사람들에 의해 강탈당한 채, 방긋거리고 있어야만 했던 벚꽃들의 침묵만이 슬픈 사이렌이 되어 울려들었다.

아들의 얼굴에 잠긴 무언지 알 듯 말 듯 한 그림자가 손 등의 작은 상처보다 더 깊은 것은 아닌지, 부디 그 母子의 앞길이 세상에 대한 기피와 좌절로 무너지지 않고 힘과 지혜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빌었다. 휴일 아침 스며든 한 줄기 햇살로부터 아직은 잠들어 있을 두 모자의 오늘 하루가 참 행복했으면 바람해보는 아침이다.


- 2005년 4월 17일 햇살 창가 두드리는 아침에~~ -

****************
작년 봄에 써둔 글입니다.
해묵은 글을 읽다가 그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소년은 나이 한 살을 더 먹었을 것이고,
살은 좀 쪘는지......
오늘 아침 고운 햇살은
두 분 母子의 머리맡에도 비치고 있겠지요?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믿고 사는 두 분이었으면
바람해봅니다...... ^^*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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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운 마음을 읽고 갑니다
그 소년은 착한 어른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정영희님의 댓글

정영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짧지만 코 끝이 찡해오는 글입니다.
그 아들의 효심도 기특하구요.
어머니를 예쁘게 꾸며주고자하는 갸륵한 마음
그 마음이 오늘 더욱 빛이 납니다.^^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벽이 사고없이 매일 찾아들듯
어머님의 사랑 또한
단 한 번의 배달사고도 없었습니다.
지금에사 어버이들이 가지는 소원이 있을까요?
그저 자손들 무난히 잘 살아가는 거
보는 그 소원뿐일 거라 생각이 드네요.
세 분 모두 고운 하늘 아래 많이 행복하셨나요?
고운 발길에 감사드립니다. ^^*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리없이 남겨주신 발자국에
가뿐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힘차고 신나게 홧팅하시길 바랍니다...
방긋방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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