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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집 >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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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9건 조회 1,797회 작성일 2006-06-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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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인가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은 차에 날이 갈수록 흠집이 더해져 갔다. 하나, 둘, 셋.... 열, 열하나...... 차를 몰고 거리를 나가서 부딪친 기억은 도무지 없는데, 이상하게 아파트 단지에 차를 주차 시켜놓고 나갔다 온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늘어난 흠집을 확인하게 된다.

차에 처음으로 생긴 흠집을 대했을 때는 신경이 쓰이고 속상한 마음도 들어 더 이상의 흠집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차에 관심 꽤나 기울였었다. 그러나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흠집은 점점 더 늘어만 가는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 흠집이 짚신벌레마냥 처음 생긴 흠집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으로 늘어가는 자가 분열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내가 차에 맘을 쓴다고 해서 생기지 않을 흠집도 아니요, 또 차에서 흠집이 어떤 경로로 생기나 밤낮을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상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이젠 그 상처에 무감각해졌다. 그래, 날라면 나라지. 그런데도 유난히 차에 생긴 흠집이 눈에 거슬려 속을 끓이게 되는 날이 있다. 이러 날은 거리의 차들에게서 그다지 보이지 않는 흠집들이 내 차에만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영 편치를 않다.

사실은 차에 난 흠집 때문에 속상한 게 아니다. 생각보다 큰 흠집을 내고도 버젓이 시치미를 떼고 지나는 사람들의 양심 때문에 속상한 것이다. 우리 동네 사람들만 유난히 차를 탈 때 부주의를 한다던가 하는 것도 물론 아닐 텐데 왜 얌전히 주차 시켜놓은 차에 흠집이 나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건을 훔쳐간 도둑놈보다 도둑맞은 사람의 죄가 더 크다고 했던가? 내가 거리에서 차를 긁거나 박은 일이 없기 때문에 차 근처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장난으로 긁고 지나갔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물건을 든 사람이 좁은 자동차 틈새로 지나가다 찍고 갔거나, 옆에 주차시켜놓은 차에 사람들이 내리고 타면서 부주의로 만들어낸 흠집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의심이 가는 수사상의 모든 단서를 근거로 범위를 좁혀서 범인을 추측해본다면 당연히 원앙금침을 베고 나란히 누운 새색시마냥 주차 시켜놓고 사라진 차주가 의심된다. 물론 그 사람이라고 일부러야 흠집을 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 차보다 옆 차에 더 신경을 쓰면서 자동차 문을 여닫는 나로서는 어지간히 속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작게크게 요기조기 난 흠집들이 신경 쓰인다 해서 그 흠집이 생길 때마다 차에다 거금을 주고 도색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돈도 돈이지만 바쁘게 다니는 나로서야 시간적으로 더 아까운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할 수없이 더 많은 상처가 나서 새로 도색을 하지 않으면 정말 안 되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색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질적, 시간적으로도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상처나는 기회에 가속도를 붙이던지, 그것도 아니면 차를 대하는 내 마음이 성인군자처럼 완벽히 무덤덤해지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순이다.

문득 돌아보니 내 맘 속에 무수히 자리 잡은 상처들은 어디서 누구에게 받았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그 상처들이 때론 나에게서 작은 용기마저 앗아가기도 하고, 또 때론 나에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기란 단어를 치올리게도 하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아니, 그 보다는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알게 모르게 깊은 상처들을 낸 일은 없었을까를 생각하다보니, 누구인지 모를 불특정 다수에게 참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추측컨대 내가 받은 상처보다는 내 주위에서 나를 아끼고 지켜봐주는 이들에게 전한 흠집이 분명 더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대형사고가 난 차들의 크나 큰 흠집도 감쪽같이 화장을 하고는 버젓이 무사고 중고차 명패를 달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에 생긴 상처들도 자동차들처럼 넘치는 흠집이 자리한 뒤에라도 돈만 들이면 얼마든지 과거의 상처쯤은 가뿐하게 지워버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긴 그래도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는 차들보다야 상처가 드러난 삶이 보이는 사람냄새 나는, 누군가의 곁에서 그 사람의 상처에 새살이 돋아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처음부터 상처를 가지지 않은 사람만 알고 지낼 수 있다면 모를까 이왕에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삶이 상처투성이라면 인정 넘치도록 감싸주면서 살아봐도 좋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시나브로 준 상처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라도 말이다.

맞은 사람은 다리 뻗고 자고, 때린 사람은 쭈그리고 잔다고 했다. 남이 내게 준 상처일랑 두 다리 뻗고 다 잊어버리고, 행여 담배연기 사라지는 짧은 순간에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 남기는 일일랑은 더 이상은 고만하도록 노력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을 향해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마음가짐 한점으로 보이지 않는 흠집을 내려 적잖이 돋우었던 가시일 랑은 지리한 장맛비 속에 나막신 챙겨 신고 지르밟고 지르밟아봐야겠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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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음 상처가  제일 가슴이 아프지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상처로 인한  딱지가  덕지 덕지  생기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요.    빗방울을 피하다가  소나기를 맞고 나면  오히려 가슴이 시원해 지는것 처럼, 몸뚱아리를 아예  내어 맡기고 여유를  찾으며  걸어본  일이  있지요.  양심에도 처음 상처가 아리고 아프지만  몇번인가 긁히고  나면  면역이되어 감각이 둔해져  버리지요. 발꿈치의 굳은살 처럼......
언제나  예리하고 날카로운  필치에  오늘도  매료 되었답니다.ㅎㅎㅎ

김춘희님의 댓글

김춘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때는 상처로 인한 속내를 들들 볶은 일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것도 때가 있는가 봐요. 세월이 약이라는 것을요.
살다보니 좋은 것이 좋다고.....
서로 위로해주고 감싸주고 살면 좋겠지요.
뜻깊은 글 감상 잘했습니다.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격어야하는 어찌보면 통상적 일이 되어버렸지요.
같은색깔로 스프레이 하지말고 붓으로 칠하고 저도 대충 타고다닙니다.
돈 생기면 새차로 바꾸던지, 올 도색 새로하던지. 공감하고 머물다갑니다.

윤응섭님의 댓글

윤응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차피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싶네요..어쩌면 곧게 자란 나무보다 휘어지고 옹이진 나무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문제는 그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아닐까요?..나의 상처는 인생의 훈장인양 생각하고 남의 상처는 보듬어 안고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조금은 더 훈훈한 삶이 되겠지요..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제 급하게 몇 자 올리고 나가느라
제대로 줄거리도 이어지지 않는 글이었건만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읽어주셔서
다녀가신 모든 분들께 여간 송구스러운게 아니예요. ^^*

전*온 시이님, 김춘희 시인님, 김현길 시인님, 정영희 시인님,윤응섭 작가님.
습한 날씨에 어깨마저 쳐지기 쉬운 날 같아요.
以熱治熱 따끈한 차 한 잔씩 놓고갑니다.
오늘도 향긋하면서도 의미있는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방긋방긋!! ^^*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은영님 오랜만에 글 대합니다
언제나 좋은글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로하여 입을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생각함에....
바쁜 일상중에..뒤 돌아 보게 하는 글 ..감사 드립니다.
항상 좋으신 글에 머물며...도 정.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금동건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
늘 부족한 글에 다녀가신 발자취를 남겨주심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고운 꿈길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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