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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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353회 작성일 2008-06-19 15:20본문
그곳엔 장마
이 월란
비의 나라를 떠나온 후 난 이제 비를 통역하는 법을 잊고 말았지
가끔 사막의 비린 낮달 아래서도 여우비가 슬쩍 다녀가면
쇠심줄 끊어버린 듯 허공 가득 뚝
잘린 빗줄기들이 모빌처럼 걸려 있어
풍장의 한뎃장사에 길들여진 마른 시가지
탈색된 거리의 사람들은 물로 빚은 몸도 물소리에 몸소름이 돋아
바삭바삭 흔들개비처럼 사라지면
하늘이 점지해 놓은 오열의 시점, 고집스럽게도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쏟아지고 있다니, 나의 전생같은 마른 반섬엔
비운을 잠재우듯 씻김굿이 한창일 비의 사원
젖은 영혼들 쿨럭이는 밭은기침 삭이며 머리칼 잘린 수도승처럼
잃어버린 우산을 찾아 하늘의 상처를 가리고
밤익은 투명한 오브제가 방울방울 창틀마다 고이겠지
길흉을 점치던 풍향계도 방향을 잃고
꺾인 바람의 날개마저 뗏목처럼 떠내려 가고 있을까
비설거지 마친 도시의 스카이라인 아래
휑한 옥상의 빨랫줄, 홈빡 젖은 문자들이 허리를 꺾을 때마다
신열에 들뜬 몸 따라 관능이 약물처럼 흘러도
한줄기 빗물 따라 그렇게 떠나보내려 했을까
저 하늘의 정체는 이쯤에서 외면해 주기로 하자
침수된 세상은 천상의 순환고리
이역의 투망 아래 마른 땅에서 첨벙 미끄러져도
저 하늘, 묵시의 언어는 이제 그만 못 본 체하기로 하자
마른 하늘 아래서도 가슴엔 장마지는데
2008-06-18
이 월란
비의 나라를 떠나온 후 난 이제 비를 통역하는 법을 잊고 말았지
가끔 사막의 비린 낮달 아래서도 여우비가 슬쩍 다녀가면
쇠심줄 끊어버린 듯 허공 가득 뚝
잘린 빗줄기들이 모빌처럼 걸려 있어
풍장의 한뎃장사에 길들여진 마른 시가지
탈색된 거리의 사람들은 물로 빚은 몸도 물소리에 몸소름이 돋아
바삭바삭 흔들개비처럼 사라지면
하늘이 점지해 놓은 오열의 시점, 고집스럽게도 늘 그 자리에서
그렇게 쏟아지고 있다니, 나의 전생같은 마른 반섬엔
비운을 잠재우듯 씻김굿이 한창일 비의 사원
젖은 영혼들 쿨럭이는 밭은기침 삭이며 머리칼 잘린 수도승처럼
잃어버린 우산을 찾아 하늘의 상처를 가리고
밤익은 투명한 오브제가 방울방울 창틀마다 고이겠지
길흉을 점치던 풍향계도 방향을 잃고
꺾인 바람의 날개마저 뗏목처럼 떠내려 가고 있을까
비설거지 마친 도시의 스카이라인 아래
휑한 옥상의 빨랫줄, 홈빡 젖은 문자들이 허리를 꺾을 때마다
신열에 들뜬 몸 따라 관능이 약물처럼 흘러도
한줄기 빗물 따라 그렇게 떠나보내려 했을까
저 하늘의 정체는 이쯤에서 외면해 주기로 하자
침수된 세상은 천상의 순환고리
이역의 투망 아래 마른 땅에서 첨벙 미끄러져도
저 하늘, 묵시의 언어는 이제 그만 못 본 체하기로 하자
마른 하늘 아래서도 가슴엔 장마지는데
2008-06-18
추천4
댓글목록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글 발보았습니다
한국도 장마권에 들었습니다
탁여송님의 댓글
탁여송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멀리 타국에서 날마다 좋은 글
올려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끔 그 곳 소식, 동정도
들려주시고요
아름다운 모습도
한국에 자주 오셔서 보여주시고요...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여기도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인 님의 가슴에 나린 마른 빗줄기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꽤 운치가 있답니다.
하루 빨리 장마가 무사히 지나가길 빌어보면서 썼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아름다운 사연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이용균님의 댓글
이용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흔히 민얼굴이 수수하다고들 하지요
거침없이 토해내는 생생한 시어들,
장마 끝 늘씬 쏟아지는 마지막 빗물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문단의 큰 주역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