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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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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371회 작성일 2008-07-03 14:31

본문

그리고 또 여름


                                                        이 월란
 


사금파리 햇살 부서지는 빛의 처녀림
사하라의 성벽마다 파라오의 시녀같은 계집아이들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팔고
염천의 세포마다 일도 화상의 물집을 짓는
빛의 루머를 따라 물찬 제비처럼 날아오르는 여름
모피를 벗어 던진 여름의 귀족들마저
수치를 몰랐던 최초의 인간을 꿈꾸며
달아오른 지구의 가슴에 남은 옷을 벗어 던지고
파피루스에 새겨진 상형문자 같은 해 아래
초록빛의 정글 속, 열병을 치러내는 일인용 침상들
암초같은 몸뚱이마다 여생의 빛줄기는
해초다발처럼 질기고
아, 저 뜨거운 빛의 발원지는 너의 가슴이었음을
동명이인같은 이 생소한 여름은 이제 잊었나
마비된 바람 한 점 쓸쓸한 것들의 묵언처럼
갈잎으로 떨어져 내리고, 빛그물 아래
레몬수에 노랗게 물든 병아리같은 계집애들만 여름을
콕콕 쪼아대는데 바람도 달아오른 뜨거운 길
가을을 수태하고 석달 열흘 솟아오를, 백일몽같은
여름의 배퉁이를 싣고
실로폰 소리 흩날리는 아이스크림 차 한 대
열병에 부름받은 구급차처럼 지나간다

                                                  2008-07-02
추천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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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다시 사투를 벌여야하는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령으로서의 시인의 예지와 미리 즐기려는 여유가 아름답습니다.
잘 뵈었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더위에 약한(?) 저로서는
바람까지 데우는 뜨거움을 어찌 이겨낼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그리고 또 겨울, 가을>이 기다려 집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인님 계신 그곳엔 한창 성하의 길목에 접어든 시절인가 보군요.
어느 지역 해변의 모습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상상이 되는 여름 해변의 정경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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