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비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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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원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504회 작성일 2005-12-01 17:27본문
영하의 초리골은
눈부신 해님 바라보며
늦잠을 깨 기지개 켠다
첫 걸음에 숨 막히는 암산 팔각정
가파른 오르막에 머뭇거리고
말 등처럼 뻗은 능선 웃으며 가다
난데없는 산 하나 앞길을 막네
심신을 가다듬고 봉우리 넘으면
이마와 등허리에 촉촉한 땀방울...
가도가도 끝이 없는 능선산행
서울로 가는 무장공비 침투루트
1.21 무장공비 머물다 간 흔적을 밟고
톱날같이 뾰족한 봉우리 넘고 또 넘네
눈을 들어 하얀 가루 하나 둘 바라보면
어느새 북풍에 흩날리는 영하의 눈송이...
회색빛 하늘에 까맣게 몰려와
하얀 눈을 맞으며 산 사람은 간다
욕심과 미움과 서운함을 다 잊은 사람들
395봉 지나 대피소에 머물면
뜨거운 컵라면에 두 손을 녹인다
운무에 휩싸인 비학산아!
네 옆에 임진강이 흐르고
그 너머에 우리 가족이 살고 있다
슬픈 역사의 숱한 이야기를 간직한 비학산아!
오늘도 학의 형상으로 우뚝 서 있구나
이 산 저 산 들려오는 총 소리...
전방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는
아직도 이 땅에 전쟁이 있다는것
그 소리 그치는 날 평화의 종은 울리리라
다섯 시간 남짓 기나긴 산행길
함께 가던 태양은 서산으로 돌아가고
드리워진 산 그림자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학산:경기도 파주군 법원읍 초리골에서 오르는 해발 450m의 산으로
68.1.21.무장공비 김신조 침투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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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백 시인님의 시에서 그..우리 세대의 공감을 느낍니다...바라 보는 비학산의 감흥이 남다르셨겠읍니다!..
차연석님의 댓글
차연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함께 가보지 못한 비학산의 등정에 참여한 기분이군요.
자국자국이 의미가 담긴 걸음이었군요. 산에서 내려다 보고, 또 사물을 대하는 감회는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저도 값진 등반이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강연옥님의 댓글
강연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몰랐던 사실 하나를 시인님의 시를 통해 느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