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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농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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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현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052회 작성일 2006-02-11 12:1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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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농골에서
/ 강현태


두농골로 간다
혼자 걷는다
칼바람이 분다
차례 음식을 담은
비닐 봉지를 쥔 손이 몹시 시리다
예전과 달리
초입부터 시작된 시멘트 포장 길이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엄동설한
졸졸거리며
길을 따라 옆으로 이어진 개울은
이미 꽁꽁 얼어 하얀 얼굴에 벙어리가 됐다
그래서인지 골은
더 엄숙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목적지인 골짜기 깊은 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할 때마다
불현듯
많은 상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
서러운 세월 보내시고
다시 오지 못할 곳에 영면해 계신 아버지
살아 계신 동안 불효한 사연에
일배주 올리는 가슴이 뭉클하고 손엔 경련이 인다
양지 바른 곳에 누워 계신들
이승에 맺힌 한을 어찌 다 잊었으리오
이 자식 위해
한생전 바친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절골지통 쓰라린 죄
오늘의 두 번 절로써 속죄가 되오리까
어느새 내 손길은
어김없이 핏줄이 느껴지는 당신의 가슴 위로
계절을 타 빛은 바랬지만
건실히 자란 잔디를 매만지고 있다
내 그리운 아버지
당신이 고이 잠드시길 바라고
또다시 찾아 뵈올 그날을 기약하면서


#두농(斗農)골은 내 고향에 자리한 깊은
골짜기로 아버지의 산소가 마련된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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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농골.......우리네 아버님들이 계신 곳...시 뵙고 갑니다.
아버님을 생각 합니다. 그리워 하는 마음, 笛에 실어 보며...

강현태님의 댓글

강현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석범 시인님! 오영근 시인님!
항상 부족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두 분 모두 언제나 건안하시고 행복한 나날
맞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현태 시인님의 시를 읽으면서 내가 쓴 시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공감 하고갑니다. 효심이 지극하십니다. 건필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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