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수백 년 전 나라를 굳건히 하려던

백제의 숨결이 고이 잠든 상당산성...

풍우에 씻기고 설한에 얼었어도 변함없는 성벽

옛 사람의 다듬은 솜씨 찬사를 보내야 하리



산성에 일던 바람 지금도 불어와

초하에 흐르는 이마의 땀 씻어주네

드넓은 청원평야 바라보며 낭만에 젖어

녹색 향연에 초대된 듯 즐거운 마음, 어느덧 사라지고



밤이면 어둠을 타고 스미는 향수에 젖어

두고 온 고향의 가족과 농사일을 걱정하며

가슴 시린 날이 수없이 지나갔을

높다란 망루에 창검 들고 서 있던 초병, 눈앞을 가리네



십릿길 성벽을 무겁게 걷노라면

수천의 장졸 숨소리와 함성이 떠들 석 들리는 듯

인적은 간데없고 구름 한 점 떠가는데

나 홀로 고요히 눈을 감아 옛 생각에 잠기네 

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