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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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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578회 작성일 2007-06-03 12:38

본문

눈의 혀


 
                                                                          이 월란



그녀는 내 모가지를 비틀더니 멱살을 잡곤
밑둥을 잘라 오물통에 미련없이 던졌다
이제 그녀처럼 좔좔 흐르는 수도꼭지 아래서 샤워를 한다
하루치의 발자국들이 밟아 묻혀 온 흙들이 씻겨져 나가며
흐르는 세월에 몸을 헹군다
늘 그랬듯이 그녀는 내 초록살 접힌 구석마다 손가락을 집어넣곤
고집과 독선의 숨겨진 모래알들을 샅샅이 훑어내어 물 속에 떠내려보낸다
그녀의 손에 들려지는 양념통들은 이미 그녀의 눈에 달린 혀가
익히 알고 있는 맛들이다. 일상의 모든 언행들이 그랬듯이
입의 혀로 맛을 볼 때까진 그녀도, 나도 눈대중으로 살고 있다
티스푼도, 테이블스푼도, 계량컵도 생이 잘려나가는 도마 위엔 놓여있지 않다
마딘 이성 몇 스푼에 0.9 %의 짠기가 스민 눈물 몇 방울이 헤프게 배합되기도
감성 몇 테이블스푼에 후회 몇 컵이 들이부어져 간능을 떨기도 한다
온몸에 찐득하게 달라붙을 배합된 양념들이 거북살스러울 땐
가식의 일회용 장갑을 끼고 나를 버무리기도 한다
참기름과 간장과 고춧가루와 마늘과 파로
지는 햇덩이를 버무리고, 가슴에 떨어지는 별들을 버무린다
그 날 눈에 밟힌 종적들을 모조리 움켜쥐고 조물조물 버무려
입 안에 쏙 넣어보면 때론 해낙낙한 미소가 함박꽃으로 피어날 때도
풀죽은 나팔꽃처럼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었다
주로 엉뚱한 심상의 보풀들이 날아다니다 양념 속에 슬쩍 떨어지거나
마늘을 찧을 때 짜증스러웠던 잔사다리들이나 험언들을 같이 빻거나
파를 썰며 내 회한의 지점까지 끌어와 같이 쓱싹쓱싹 썰어버렸을 때
눈의 혀가 버무려놓은 온갓 맛들이 입 안으로 들어와 진실을 들이대어
혀가 화끈거리기도, 목구멍이 턱 막히기도, 입술이 타들어가기도 했었다
그렇게 씻어내고, 버무린 한 줌의 삶을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아 놓는다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열곤 마지막으로 희망이라는 볶은 깨를 살살 뿌려두면
밋밋하게 숨 죽은 나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눈의 혀를, 입의 혀를
제대로 유혹하여 질펀하게 죽은 세월은 내일 또 폴폴 살아나게 될 테니까
                                                         
                                                                            200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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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30줄 시에 삶이 몽땅 들어 있어
맛이 새롭습니다.
언제나 음미하는 시향 고운 시향
맛깔납니다.
성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리에서 피어나는 인생의 짙은 향이 이곳까지 퍼져옵니다. 즐거운 주말을 보내셨는지요, 이곳 서울은 무척 덥습니다. 완전한 초여름 날씨 입니다.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의 혀, 손의 저울, 가늠의 천재,
익숙한 솜씨로 만들어주는 음식은 역시 눈의 혀로 손의 저울로
가늠하여 손으로 버무려 혀의 판단을 거처 주시는 음식이 제일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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