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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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551회 작성일 2008-03-26 11:42본문
저녁별
이 월란
찬연한 어둠의 무대가 차려지기도 전, 대본을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처럼 허둥지둥 나와버렸다.
왜 태어났을까. 아직 어둠을 모르는데. 왜 생겨났을까. 저리 서투른 외눈박이 눈빛으로. 절망으로 빚은
삶의 좌판 위에 카스트로 목이 졸린 데칸고원의 달릿*같은 가녀린 목숨으로.
생리 중의 도벽같은 습관성 우울이 싸늘히 옆에 뜨고. 어둠의 정교한 끌로 세공되지 못한 저 어슴푸릇
한 조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의 가녘으로 밀려난 내 잊혀진 사랑으로. 그 땐 내 작은 우주
를 다 비추고도, 아니 태우고도 남았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나의 시를 죽을 때까지 읽게 해 달라던, 나의 시어들을 따라 움직일 얼굴 없는 독자의 숨겨진 눈빛처럼.
마음을 구걸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겸허히도 떠 있다. 하늘의 오선지 위에 엇박자로 잘린
싱커페이션같은 음보 하나. 실낱같이 잦아드는 한숨도 위태한 저 혈연같은 여윈 빛에 잇대어 보면. 왜
태어났을까. 이 환한 저녁에.
2008-03-25
* 달릿(Dalit) : 산스크리트어로 ‘깨진’ ‘짓밟힌’이란 뜻으로 신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상위 카스트를
섬기는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가리킨다
이 월란
찬연한 어둠의 무대가 차려지기도 전, 대본을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처럼 허둥지둥 나와버렸다.
왜 태어났을까. 아직 어둠을 모르는데. 왜 생겨났을까. 저리 서투른 외눈박이 눈빛으로. 절망으로 빚은
삶의 좌판 위에 카스트로 목이 졸린 데칸고원의 달릿*같은 가녀린 목숨으로.
생리 중의 도벽같은 습관성 우울이 싸늘히 옆에 뜨고. 어둠의 정교한 끌로 세공되지 못한 저 어슴푸릇
한 조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의 가녘으로 밀려난 내 잊혀진 사랑으로. 그 땐 내 작은 우주
를 다 비추고도, 아니 태우고도 남았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나의 시를 죽을 때까지 읽게 해 달라던, 나의 시어들을 따라 움직일 얼굴 없는 독자의 숨겨진 눈빛처럼.
마음을 구걸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겸허히도 떠 있다. 하늘의 오선지 위에 엇박자로 잘린
싱커페이션같은 음보 하나. 실낱같이 잦아드는 한숨도 위태한 저 혈연같은 여윈 빛에 잇대어 보면. 왜
태어났을까. 이 환한 저녁에.
2008-03-25
* 달릿(Dalit) : 산스크리트어로 ‘깨진’ ‘짓밟힌’이란 뜻으로 신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상위 카스트를
섬기는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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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저녁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별들
그중에서고 초봄에 쌍둥이 자리에서 반짝이는
키스토르[castor, 알파, 발기 1.6. 45광년.]형과 동생
폴록스 [pollux. 베타 ,발기1,2. 35광년,]별이 다정하게
반짝이며 우리의마음을 사로잡네요,,감사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본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 같이 어줍게 떠있는 저녁별의
고독을 가슴으로 받아 조영시키신 고운 시향 듬뿍 바르고 나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본을 잃은 사람, 다시 한번 읽고 갑니다
어둠을 모르고는 빛날 수 없나 봐요.고운 글 즐감하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배우가 대본을 잃어버리면 어떻합니까!^^
별처럼 아름다우신 시인님.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