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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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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154회 작성일 2019-01-04 10:02

본문

눈꽃

 

                                           김혜련

 

어린 안개꽃 같은 미세먼지가

우우 노래하는 겨울 새벽

쉰넷에도 아직 처녀인 홍 선생은

밤새 잠들지 못한 머리카락과 이른 악수를 나누며

어둠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주방으로 간다

행여 노모의 젖은 눈이

주방 창문처럼 스르르 열릴까 봐

하지정맥류 경력 삼십 년인 다리에게 엄혹한 주의를 준다

당뇨와 동거 중인 노모를 위해 현미밥을 짓는데

주방 창문으로 인기척도 없이 눈꽃이 들어와

밥 달라 떼를 쓴다

매일 왕복 세 시간 대중교통 신세를 지며

출퇴근하는 홍 선생

노모의 잔기침 소리를 식탁에 올리고

차갑지만 따뜻한 눈꽃과 함께 설익은 현미밥을 먹는다

카키색 바람이 코끝에 대롱대롱 맺히는데

오늘은 또 어느 학부모의 격앙된 목소리를 삼켜야 하나

오래된 서민아파트 새벽을 쓸고 있는 경비 박 씨

홍 쌤! 오늘도 일찍 츨근하시네유. 날씨가 성깔 더러븐

씨엄씨맹키로 더럽게 추븐께 옷 따시게

입고 다니세유. 강기 든단께유.”

따스한 사투리의 배웅을 받으며

눈꽃과 두 손을 꼭 잡고 출근을 하는데

우우우 함박눈이 팝콘 터지 듯

눈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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