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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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483회 작성일 2008-06-11 14:09본문
주머니 속의 죽음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
이 월란
주머니 속에 죽음을 넣고 다닌 적이 있다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내 옆에 죽음이 누워 있었고
어느 날 자다 말고 일어나 그 한 조각을 떼어 두었었다
(죽음은 한 조각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생각보다 그리 무겁지 않았다, 그 무겁다는 죽음이
주머니가 좀 보기 흉하게 쳐질 정도였다
온종일 만지작거렸다
때론 젖었고, 때론 젖은 것을 닦아내면서
징을 박아 이제 막 떨어져나온 바윗조각 같았다
한면은 칼 같아서 내 손가락을 베었고
거칠게 박힌 파편들은 내 손등을 긁었고
모서리마다 돋은 가시는 손톱 밑을 찔렀다
며칠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익히고
몇 달을 넣고 다니며 조물락거렸더니
언제부터인가 시냇물 아래 졸졸 숨쉬는 조약돌처럼
손 안에서 익숙하게 놀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꾸만 작아지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주머니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내 몸 속으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다
한번씩 살갗을 오톨도톨 밀고 나오기도 하며
서걱거리는 돌멩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무심한 혈관을 타고 매끈한 죽음조각 하나
담석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2008-06-10
추천3
댓글목록
박효찬님의 댓글
박효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간만이네요
무척 오랜만에 한가한 오후을 즐기고 있답니다.
잠도 자고 청소도 하고 딩굴며 컴도 하는 여유을 가져서
시인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어디 편챃으세요
어제는 나두 링겔을 맞았답니다 과로로 인한 영양보충으로
이월란 시인님 아프지 마세요
만병에 근원은 마음이랍니다
약한 마음 전당포에 맡겨놓고 행복한 마음 찾아서 여기로 오세요
그래서 전 가끔 바쁘고 졸려도 여기을 들린답니다.
행복한 시간 만들려고요.ㅎㅎ
사랑해요^^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주머니 속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에게도 비슷한 시가 한 편 있습니다만, 저의 글은 새로운 탄생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죽음을 예고하는 어떤 징조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시 속이 주인공은, 어쩌면 그것을 잘 다스릴 것도 같습니다.
잘 뵈었습니다.
박홍구님의 댓글
박홍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글을 남기지 않지만 가끔씩 빈여백에 들어와 시인님의 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계시는 곳이 이곳과 낮과 밤이 다른 외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항시 건강하시고 좋은시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마음 평온한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