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낙엽과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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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2,084회 작성일 2007-10-16 13:09본문
기침과 함께 내어 준 그대 맑은 침 내 얼굴에 묻어도 닦지 않고 내 얼굴에서
마를 시간만 기다려 그대에게 다가섭니다.
아직 남아있는 그대 맑은 침 마르지 않고 기다려도 기다리게 만드는
그대 마른 기침소리 이 가슴 때려 큰 울림으로 들릴지라도 내 귀 지금
가려움에 못 견디어 그대 윤기 나는 소리만 들으려 막아둔 귀마개 한 쪽 열고
아주 작은 구멍으로 이쑤시개 흔들어 하나를 꺼냅니다.
양쪽 끝 포족해 귀 후비면 아픔 다가와 부러뜨렸지만 너무나 날카롭게
잘라져 버려 또 다른 이쑤시개 꺼내 한 쪽 끝만 힘주어 잘라 귀에 넣고
가려운 곳 긁습니다. 그대 이야기 내 이야기 소식 전해준 가려움
이내 사라져 그대 소리만 들으려 귀마개 귀에 덮습니다.
누구의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그대 소리만 들려와 오솔길 걷는 발걸음에
밟힌 낙엽 부서지는 소리 아직 다 마르지 않은 그대 맑은 침 말랐다는
소식 전해주고 사라집니다. 또 다시 한 쪽 귓구멍에 가려움 호소해 오지만
이제는 참고 그대 소리 그대로 들으려 아직도 천만 번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이쑤시개 멀리하고 오솔길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한 쪽 귀마개 열면 그대 소리 한 쪽 가슴으로만 들리고 막으면 온 가슴에
울려 퍼져 부러진 이쑤시개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이제야 생각나고 들려왔습니다.
어젯밤 귀마개도 없이 귓구멍 가려움 찾아와 그대 검은 머리칼 보다 너무나 가는
순백색 숨결 천만 번 감고 감은 솜방망이로 귀 후비던 시간 우리만의 공간
무거운 공기 빨아주던 환풍기 스위치 꺼 죽어서 흐느끼는 소리.
오솔길에 있지 않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대 갇혀있는 냄새나고 무거운 공기 가슴 밖에서 빼냈다면
오늘 나는 가슴 안에 감돈 큰 터널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
한데 뭉쳐 낙엽 되어 뒹구는 솜이불 냄새 그대로 몸에 배게
우리의 환풍기 스위치 끄렵니다.
그대 허물없이 벗어놓은 산처럼 무너진 잘록한 허리까지 있는
긴 스타킹에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달아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이게 형광등 불 끄고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그대의 오솔길에 낙엽이 덮이지 않는 것처럼 스타킹 안 신은 맨 살
유난히 윤기 흐르는 맨 살 긴 두 다리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대 아무대서나 허물없이 스타킹 벗고 허물어지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솔길에 낙엽 뒹굴고 어느 여자 어디서 벗은 지모를 가는 허리 없는
두 스타킹 바람에 날려 엉켜 낙엽 감싸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김영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낙엽지는 오솔길에서 더욱 추억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감사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낙엽지는 오솔길 걷고 있는 이 시인님의
폐부에서 끌어올린 상념이 진솔한 향으로 넘쳐납니다.
한미혜님의 댓글
한미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솔길에서
주어온 낙엽 모두 집어넣어 형광등 손줄에 매단 천장
야광 은하수 별 반짝거리는 그 움직임을 따라
동공이 움직일 때
그 때의 움직이는 기쁨은 얼마나 크던지요?
저도 따라해보며 참 행복했답니다
朴明春님의 댓글
朴明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대 윤기나는 소리만 들으려~
참 좋지요~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잡초가 짖밟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
걷기만해도 시상이 쏟아질것 같아요
주신글 즐감 하였습니다.
건강하세요
목원진님의 댓글
목원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행기 안에서 잠시 잡음 막으려면
귀막이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즈음
스타킹도 5발 가락 다 만들어진 제품이 나와 애용자
늘어 갑니다. "낙엽 진 오솔길의 벗어둔 스타킹" 소설의 제목도 될 것 같네요...,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려진 스타킹에 가을을 담으셨군요.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스타킹 얌전히 신은 맨발로 낙엽 쌓인 길을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한국엔 단풍과 낙엽이 지천을 이루는 현란한 가을일 것 같습니다.
행복하신 가을 보내세요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