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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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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현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800회 작성일 2018-02-05 08:14

본문


               가슴 아픈 시


                                     조 현 동


 이젠 다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더 이룰 것도 없다고
 이젠 정말 다 살았다고 체념하면서 살았는데
 그렇게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초로의 황혼기 끝자락에서
 한줄기 광명처럼 만난 우리 한글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 눈 뜨듯이
 그렇게 운명적으로 맞닥뜨린
 숙명의 모국어
 우리 한글 훈민정음

 전국 방방곡곡에서 문해교육을 통해
 비로소 한글을 깨우치신
 우리 할머니들의 손맛이 빚어낸 인생 시들이
 주렁주렁 빛을 발하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맛깔스럽다
 할머니들의 매운 손끝이 빚어낸 구수한 된장 맛이다

 "예림이네 만물트럭"에 나오신
 86세 할머니께서 한글을 배우시면서 쓰셨던
 "가슴 아픈 시"를 한번 읽어 보라
 비록 "바램"이라는 노래 가사를 베껴 쓴 글이지만
 구절구절마다 심금을 울려오는 감동이 예사롭지 않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
 '어느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
 '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그렇다 우리네 인생
 지금 살고 있는 삶 자체가 바로
 시이고 노래 아니든가
 우리들 삶의 한 순간 한 순간들이
 바로 리뉴얼한 감동의 파노라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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