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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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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190회 작성일 2013-04-14 13:36

본문

71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김혜련
 
이십이 시 이십 분
얼굴 생김새가 천형(天刑)과 꼭 닮은
한 다발의 야근을 떠 밀치고
출출함을 호소하는 그놈을 생각하며
무겁고도 비릿한 어둠을
볼이 미어지도록 한 입 가득 물고
아직 도착할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71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발장난을 한다
하루 종일 내 무거운 몸과 마음을
말없이 받아준 천사표 녀석에게
요렇게 고소롬한 막간을 이용하여
고맙다는 말 한 마디쯤 속삭여줘도
나로선 손해날 것도 없는데
굳이 나의 체질적 까칠함을 탓하며
죄 없는 발만 성깔 꽤나 있는
콘크리트 벽에 툭툭 찍는다
아야 소리도 못하고 이마와 머리가 찍히는
발부리에서 갑자기 비릿한 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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