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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hom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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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2건 조회 1,455회 작성일 2008-06-01 11:41

본문

홈리스(homeless)


                                                                                        이 월란



저녁을 먹은지 오래지 않아 이어폰까지 꽂고 나만의 성역을 쌓고 있었다
TV를 보던 그가 잠이 들었나 싶더니 까치집 지은 짧은 머리를 들고 짜증을 부린다
아이스크림, 같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같더니 도로 눕는다
저 고운 남자, 나 대신 두겹의 세월을 살아 온 듯 눈가엔 고양이 주름이 팼다
나 대신 이슬 맞은 자리마다 하얀 세월꽃이 피었다


오늘의 컨셉은 <착한 아내!!>
평생 철들지 못할, 20년간 키워 온 우리 큰 애기, 나도 한번씩 밴덕이 나면
정말 푸근한 어미가 되어 주고 싶어진다
하던 일들을 단번에 덮어버리고 같이 가주마고 일어섰다
무표정한 그의 뒤를 따라 나서며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던 고양이를 냅다 낚아채고
포대기 하나 집어들고 맨발로 차에 뛰어 들어갔다


그의 차를 타면 그의 가슴 안에 탄 기분이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처럼 우린 같이 흔들리고, 같이 멈추고, 같이 출발한다
노란 신호등이 켜지면 난 그가 속력을 더 내어 지나가 버릴 것인지
느긋하게 멈춰 설 것인지 이미 알고 있다
그의 가슴 안에 있으니까


작은 고양이의 몸 중, 유일하게 털이 없는 콧잔등에 나의 콧등을 비벼 주며
그의 얘기를 듣는다
알레르기 약을 매일 복용하면서도 딸아이가 가져 온 이 고양이가
지금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랑스러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아빠의 얘기를


우린 알고 있다, 눈흘기며 이겨내온 덧없는 세월의 눈물겨움을
나는 기억한다, 거친 파도가 우릴 향해 달려왔을 때마다
나의 두 눈을 감겨 돌려 세워 놓곤, 혼자 파도 속으로 달려갔던 그의 뒷모습을
 

우린 둘 다 낡은 추리닝에 부스스한 머리칼, 길거리에 서 있다면 영판 홈리스들이다
내세울 것 없는 빈털터리 맨몸이 서로의 옆에 있기에 이리도 풍족하다
의자를 젖히고 포대기에 싸인 고양이를 어르며 차창 밖의 하늘에 시를 쓴다
E.T.*를 태운 엘리오트의 자전거처럼 차가 날아오른다
우린 이대로 별까지라도 가겠다, 달까지라도 가겠다
서로의 가슴에 집을 지은 홈리스 두 사람


지상에 있는 모든 아이스크림 가게는 다 문을 닫았음 좋겠다

                                                                                        2008-05-31



* E.T. : 스티븐 스필버그가 1982년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E.T.(The Extra-Terrestrial
            의 약칭) 및 그 주인공명;「일반적」지구 밖의 생물, 우주인, 외계인.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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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엄윤성님의 댓글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일상의 상념과 행복 속에서의 보헤미안 적 감상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정말로 홈리스가 된다면...
끔찍할 것도 같습니다.
고운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노래도 너무 멋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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