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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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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642회 작성일 2011-10-18 17:52

본문

할머니의 유모차 / 김혜련
 
 
산다는 것이 부풀어 오른 물집 같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승용차의 유혹을 뿌리치고
시내버스 한 자리를 빌려 출근을 한다.
 
버스기사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뉴스며 음악을 배경 삼아
나른한 상념을 즐기려는 내 망막에
난데없이 들어온 거꾸로 맺힌
어느 할머니의 유모차
맥문동 산책로를 힘겹게 오른다
스무 해 전 갓난쟁이 큰애를 태우고
꽃길을 걸었던 아가방 유모차
내 망막 속에서 할머니의 유모차와
때마침 오버랩 된다.
 
유모차란 유아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는데 오늘 보니
낡은 유모차는 할머니의 수족이다
허리가 굽고 다리가 제 기능을 못하는
할머니에게 그 보잘 것 없는 유모차는
젊음이 빠져나간 몸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산다는 것이 부풀어 오른 물집처럼
느껴지던 오늘 아침
나는 할머니의 유모차를 보며
삶의 내밀한 한가운데를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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