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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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별
이 월란
찬연한 어둠의 무대가 차려지기도 전, 대본을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처럼 허둥지둥 나와버렸다.
왜 태어났을까. 아직 어둠을 모르는데. 왜 생겨났을까. 저리 서투른 외눈박이 눈빛으로. 절망으로 빚은
삶의 좌판 위에 카스트로 목이 졸린 데칸고원의 달릿*같은 가녀린 목숨으로.
생리 중의 도벽같은 습관성 우울이 싸늘히 옆에 뜨고. 어둠의 정교한 끌로 세공되지 못한 저 어슴푸릇
한 조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의 가녘으로 밀려난 내 잊혀진 사랑으로. 그 땐 내 작은 우주
를 다 비추고도, 아니 태우고도 남았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나의 시를 죽을 때까지 읽게 해 달라던, 나의 시어들을 따라 움직일 얼굴 없는 독자의 숨겨진 눈빛처럼.
마음을 구걸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겸허히도 떠 있다. 하늘의 오선지 위에 엇박자로 잘린
싱커페이션같은 음보 하나. 실낱같이 잦아드는 한숨도 위태한 저 혈연같은 여윈 빛에 잇대어 보면. 왜
태어났을까. 이 환한 저녁에.
2008-03-25
* 달릿(Dalit) : 산스크리트어로 ‘깨진’ ‘짓밟힌’이란 뜻으로 신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상위 카스트를
섬기는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가리킨다
이 월란
찬연한 어둠의 무대가 차려지기도 전, 대본을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처럼 허둥지둥 나와버렸다.
왜 태어났을까. 아직 어둠을 모르는데. 왜 생겨났을까. 저리 서투른 외눈박이 눈빛으로. 절망으로 빚은
삶의 좌판 위에 카스트로 목이 졸린 데칸고원의 달릿*같은 가녀린 목숨으로.
생리 중의 도벽같은 습관성 우울이 싸늘히 옆에 뜨고. 어둠의 정교한 끌로 세공되지 못한 저 어슴푸릇
한 조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의 가녘으로 밀려난 내 잊혀진 사랑으로. 그 땐 내 작은 우주
를 다 비추고도, 아니 태우고도 남았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나의 시를 죽을 때까지 읽게 해 달라던, 나의 시어들을 따라 움직일 얼굴 없는 독자의 숨겨진 눈빛처럼.
마음을 구걸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겸허히도 떠 있다. 하늘의 오선지 위에 엇박자로 잘린
싱커페이션같은 음보 하나. 실낱같이 잦아드는 한숨도 위태한 저 혈연같은 여윈 빛에 잇대어 보면. 왜
태어났을까. 이 환한 저녁에.
2008-03-25
* 달릿(Dalit) : 산스크리트어로 ‘깨진’ ‘짓밟힌’이란 뜻으로 신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은, 상위 카스트를
섬기는 최하위 계층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을 가리킨다
추천4
댓글목록
김영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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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별들
그중에서고 초봄에 쌍둥이 자리에서 반짝이는
키스토르[castor, 알파, 발기 1.6. 45광년.]형과 동생
폴록스 [pollux. 베타 ,발기1,2. 35광년,]별이 다정하게
반짝이며 우리의마음을 사로잡네요,,감사합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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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잃어버린 빙충맞은 신인배우 같이 어줍게 떠있는 저녁별의
고독을 가슴으로 받아 조영시키신 고운 시향 듬뿍 바르고 나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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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잃은 사람, 다시 한번 읽고 갑니다
어둠을 모르고는 빛날 수 없나 봐요.고운 글 즐감하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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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대본을 잃어버리면 어떻합니까!^^
별처럼 아름다우신 시인님.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