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濕) 절친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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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787회 작성일 2017-07-19 17:59본문
습(濕) 절친 되기
김혜련
새벽이라는 복부를 가르고 나온
섬거리 동네 수탉이
밤새 준비한 기상나팔 소리를
관사 문턱까지 배달하는 시간
나는 불면과 싸우다 간신히 잠든
잠의 꽁무니를 억지로 털어내며
방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아악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미끄럼틀 잘 타는 아이처럼
그대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모내기를 마치고 물을 마악 댄 논바닥처럼
햇살이 번질거리고
습이 올라와
발바닥이 끈적이도록
넓게 점령한 건빵색 병사들
가슴 속까지 온통 건빵색 물이 번져
극세사 걸레로 닦고 닦아도
끝내 늪처럼 깊어지기만 하는
섬거리 관사 103호
입 큰 하마 일곱 마리를 분양받아
적재적소에 임명하여 책임감을 세뇌시키지만
퇴근 후 신발 벗기가 무섭게
맨발로 달려와
내 가슴팍에 일방적으로 안겨버리는
습이라는 이름의 절친.
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먹는 하마가 요즘같은 계절에
꼭 필요한 동물지기 입니다
어둡고 습한 곳을 지켜나가는
책임감이 탁월하지요
미끌미끌거리는 육신을 가진 입 큰 동물이
구토 해 놓으면 그 또한 위험에 처할수 있습니다
물론 제습기가 탱크처럼 유용한
제품들이 있지만 구석구석에는 하마가 으뜸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습도가 설치는 계절.. 물 삼키는 하마도 손발 다 들었겠지요
그들 앞에선 꼼작없이 포박당하는것이지요
이제 제습기라는 놈을 앞에 세우고 밀어 붙어야지요
조심하세요 .. 끈끈한 습도의 늪에서 속히 빠져 나오시길...!!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경숙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너무나도 정겨운 이름으로 제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면단위에 있는 학교관사입니다. 1층이라 그런지
습기가 혹독할 정도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방바닥에 그대로
쭈르륵 미끄러져 버린 것입니다. 습기가 사람 잡을 뻔 했지요. 방학만 기다립니다.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