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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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8건 조회 1,032회 작성일 2007-11-25 13:03본문
이 월란
보드랍고도 가는 허리마다 세월의 날개를 내어
오늘을 날아왔다지
저 난바다를 지나 마른 대지로 당도했다지
거친 물살에 여기저기 부딪히고서야
젖은 몸을 눈먼 바람에 다 말리고서야
서두름 없는 기다림으로 고이만 내려 앉았다지
수평의 난간마다 저리 세월을 새겨 놓아야만 했다지
누군가 야멸차게 헐어내린 시간의 몸을
허공의 다비소마다 울음 한조각 새겨두지 못하고
들것에 흔들렸던 여린 마음들을 쓸어담아
사계절의 현란한 무늬마저 고이 탈색한 추억으로
뜨거웠던 여름과 손시린 겨울을 몰고 왔다지
고이 엉겨붙은 미진은 뒤돌아보는 그늘진 미련
티끌의 눈발 속에 꿈의 잔해가
사나웠던 그림자가 흩어진 웃음소리가 손을 놓았고
지나간 날들의 몸부림을 죽은 살갗으로 쓸어 담아
저리도 고이 챙겨 안고
이른 아침의 태양에 바싹 마른 뼛가루를 무던히도 추려내었다지
걸레질 하는 두 눈 앞에 반질반질한 새 시간을 이제 내려 놓으라
나마저 쓸어담아 흔적마저 삼켜라
속된 과거는 허공의 쳇불을 고이도 빠져나왔다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천천히 내려 앉았을까
시간의 맥박을 한번쯤 짚어주렴
깊이를 몰라도 빈틈 없이 발디딘
닦아낸 그 자리에 그대로 쌓여져 내릴 우리들의 시간으로
너의 머리를, 가슴을 굽이 굽이 흐르고도
내게서 떨어져내린 기억의 몸으로
2007.11.24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먼지도 사람처럼 고난의 고난을 거듭하면서 생의 시간들을 채워왔나 봅니다. 먼지에 대하여 애정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이광근님의 댓글
이광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안녕하세요 이월란시인님 삶의 갈등을 哀折하게 헐어내는 님의 흔적을 감상하며 깊게 보감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공의 다비소마다 울음 한조각 새겨두지 못하고
들것에 흔들렸던 여린 마음들을 쓸어담아
사계절의 현란한 무늬마저 고이 탈색한 추억으로
뜨거웠던 여름과 손시린 겨울을 몰고 왔다는 먼지에게
반질 반질한 새 시간을 내려 놓으라는 간절한 울림이 바다건너 이곳까지 들립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이순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물의 흔들림에 이리도 바람은 멈추지 못하고 불어오고 있습니다. 햇빛 쏘이는 줄기에
그렇게 잘 보이던 먼지도 어둠이 몰려오면 자취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먼지` 잘 감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월란 시인님 오랫만인것 같군요.
삶자체가 먼지와 같은것 아닌지요...
환절기 감기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김성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이에요.
먼지 쌓인 물건을 보면 가끔,
`나도 저처럼 중고품이 되어가는구나'하고 생각할 때가 많았지요.
그런데, 먼지도 타고 때도 좀 타야 제대로 쓸모 있어 보일 때가 많았어요.
즐감했습니다.
건필하세요. 고운 밤 되시고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깊이를 몰라도 빈틈 없이 발디딘
닦아낸 그 자리에 그대로 쌓여져 내릴 우리들의 시간으로.... "
한 점 먼지로 산화할 우리들의 시간이
그저 아름답고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사치스러운 욕심인가요
닦아도 닦아도 그 자리에 내려 앉을 우리들의 시간을 어쩌지요.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간이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라는 관점에서 벗어나면 시간은 원형으로 나를 감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공간에서 나이기를 기다릴까요?
........................
좋은 시 감사히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