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뜨/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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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법문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7건 조회 1,790회 작성일 2007-06-26 14:41본문
마경덕
먹음직한 빵이었네.
자고 나면 가슴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네.
열다섯 해를 기다려
탐스런 복숭아 두 개를 가졌을 때
늦은 밤길에서 엄마는 말했지
" 너 나이 때는 기름져서
바라만 봐도 군침이 돌지. "
골목에서 휘파람을 불어대던 사내들, 모두
식성이 좋았네,
그 중 배고픈 사내 하나
날 통째로 집어 삼켰네.
나, 한때 뜯어먹고 싶은
갓 구운 빵이었네
누르면 물컹한 크림이 빠져나오는
예쁜 빵을 셋 낳고,
김 빠져 서서히 굳어버린 딱딱한 빵
부딪히면 퍽퍽 소리가 나네
멀뚱멀뚱 쳐다보네
언제부턴가 덤덤한 빵을
나이프로 쓱쓱 썰고 있네
마른 빵에
잼을 바르고 듬뿍 버터를 얹네
버석버석
소리가 나는 빵끼리 투덜대네
왜 이리 맛없어?
대체 왜 이래?
댓글목록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엄마의 인생을 빵에 비유하셨네요. 먹음직한 빵에서 버석한 빵에 이르기까지.. 왜 신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부여하셨는지, 기쁘고 즐거운 날만 있었으면 좋은데. 잘 읽었습니다.
현항석님의 댓글
현항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신이 희생하여 소프트한 빵을 낳고..키우고나면
자신은 언젠부턴가 크림이 다 빠져나간 빡빡한 빵이되지요!
그런 자신을 업신여기는 말이 되돌아와도 결코 후회하거나 노여워 하지 않지요
마경덕 선생님의 작품속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다시금 새겨볼 뒤안길을 곰씹어 보다 갑니다... ^^~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좋은 글로 즐겁게 하여 주시는 박태원 시인님!1
바쁘시지요? 북한강 문학제 까지 주관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신데
더위에 평안 하신지요?,,, 오랬만입니다.ㅎㅎ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박태원시인님 글인줄 알고 놀라다가 ㅎㅎ 갓 구운 바게뜨에 커피 한잔이면 행복하지요
왠지 들고 계신 빈 바구니에 제몫의 빵을 살짝 넣어드리고 갑니다
이월란님의 댓글
이월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는 세월에 말라버린 빵처럼 맛이 가고 있나 봅니다. ^*^
올 여름에도 행복하세요 시인님...
법문 박태원님의 댓글
법문 박태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남성들이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여성의 감성과 인생관을 엿보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조화를 이룰 때
건전한 사회와 문화가 꽃 피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목마른 마른 빵에서 여자의 일생을 읽어내는 마경덕 시인님의 상상력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