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은 好박이다
                                              글/홍 갑선

호박 밭에 호박 따러 가서
못생긴 호박들에 게 옆구리 툭툭 치며 물었네
너희 장점을 말하라고,
그랬더니, 호박들이 호박밭에 누웠다가,
발가벗고 누웠다가,
벌떡벌떡 일어나며 말했네,

저는 구수한 걸요
저는 통통한 걸요
저는 길죽한 걸요
저는 팔뚝만 한 걸요

그리고,
늙은이 호박나물에 용쓴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 소리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늙은 호박 왈,

애호박도 좋지만,
늙은 호박도 좋은걸요
시퍼런 것들 호박죽 쒀먹는 것 보셨나요,
나를 따가 주는 게 제일 좋을걸요
잘난 체 하는 걸, 들 보다
나를 따가 주는 게 몸에 좋을걸요

아, 글쎄 발가벗고 그러지들 뭐야,
시퍼런 대낮에 호박들이 그러지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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